작가 사진 밑그림으로 활용해
1심 “공정 이용” 2심 “저작권 침해”
법원 ‘차용예술’ 최종 판단 주목
“기존 이미지의 창조적 전용은 수세기 동안 예술 발전의 주요 요소이자 현대 미술에서도 필수적이다.”(앤디 워홀 옹호 측)
“제 권리뿐 아니라 모든 사진작가와 시각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권리를 위해 싸웠습니다.”(린 골드스미스)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작품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미국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됐다. 법원이 ‘차용 예술’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이 앤디 워홀 재단과 사진작가 린 골드스미스 사이 저작권 분쟁 사건 상고심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1984년 워홀이 팝스타 프린스의 초상화로 작업한 ‘프린스 시리즈’다. 워홀은 당시 미국의 패션 잡지 ‘베니티 페어’의 의뢰로 프린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문제는 워홀이 초상화 밑그림으로 골드스미스가 1981년 촬영한 프린스 사진을 사용한 점이다. 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스 사진에 다양한 색을 입히며 총 16점을 제작했다. 골드스미스는 2016년 프린스가 사망한 뒤에야 워홀이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은 워홀 재단이 먼저 시작했다. 워홀의 작품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서 법원 판단을 구했고 이후 골드스미스도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2019년 워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워홀의 작품이 원본과의 차이점이 분명해 골드스미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3월 연방제2항소법원은 “변형적 이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다른 작가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 이상의 창작성이 부여돼야 한다”며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예술계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로버트 라우션버그 재단과 로이 릭턴스타인 재단, 브루클린 미술관은 법원의 2심 판단에 대해 “예술적 진보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지만, 사진작가들은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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