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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보는 美 젊은 작가 작품전… 최근 회화 경향을 엿보다

입력 : 2022-06-09 21:00:00 수정 : 2022-06-09 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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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큐레이터 댄 캐머런 기획전 ‘드림 라이프’

요즘 주목받는 작가 5명 최신작 소개
작가 개개인마다 개성 뚜렷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구상화’ 닮아
다양한 형태·패턴의 회화 만날수 있어
마치 뉴욕의 한 뮤지엄에 와 있는 느낌
타이슨 리더 ‘망고(Mango)’

푸른 하늘, 푸른 들판, 듬성듬성 들어선 야자수 사이를 가르는 오토바이 운전자들 풍경에 가슴속 체증을 날린다. 캔버스 위에 그대로 드러나는 묽은 아크릴 물감, 연필로 그려진 사람들에서 날아갈듯 시원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 타이슨 리더의 풍경화들은 부드럽게 답답한 현실을 탈주하는 풍광으로 다가온다.

세계적 큐레이터가 젊은 미국 작가들의 최신 회화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로에 위치한 비비앤엠(BB&M)갤러리 ‘드림 라이프(Dream Life)’ 전시다.

기획을 맡은 이는 미국 뉴욕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댄 캐머런(Dan Cameron)이다. 그는 미국 뉴 뮤지엄을 비롯한 미국 유수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를 지내고 2006년 이스탄불 비엔날레, 2008년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 국제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뉴욕 미술계 주요 인사다. 1979년부터 큐레이터 및 비평가로 활동해왔으며, 자신의 작품이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미국 최초의 미술관 전시 ‘익스텐디드 샌서빌리티스(Extended Sensibilities)’를 기획한 장본인이자 미국 최초의 국제비엔날레 ‘프로스펙트 뉴올리언스(Prospect New Orleans)’를 설립한 이다.

전시 설명 중인 댄 캐머런. 김예진 기자

뉴올리언스 비엔날레는 2008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를 재건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술제로, 현재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로 바뀌어 최근 제5회 행사를 치렀다. 한국에서 여러 국내외 작가를 발굴해온 비비앤엠 갤러리 제임스 리 대표 초대로 한국에서 갤러리 전시를 열게 됐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가는 모두 5명. 에스테반 카베자 드 바카, 타이슨 리더, 라피 칼렌데리안, 미코 벨드캄프, 알렉스 도지다. 전시 제목처럼 ‘꿈’(Dream)과 ‘현실’(Life) 사이를 오가는 듯한 작품들로, 현실 탈주의 꿈과 작가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나 삶의 이야기, 사회 현실 반영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5인 5색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구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나타난 대중의 현실 초월 욕망,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등 최근 주요 국제미술제나 대규모 대중을 이끈 전시에서 나타난 초현실주의 경향성이 읽히기도 한다.

알렉스 도지 ‘캐태스트로픽 시스템 페일리어(Catastrophic System Failure)’

전시장에서 만난 댄 캐머런은 “현재 미국 미술은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스타일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어 “작가들에게서 회피주의적(escapism) 태도가 보이는데, 이때의 회피주의는 단순한 현실 회피라기보다 중대하고 진지한 사회적 사안을 어떻게 유머러스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미국 작가들의 양가적인 태도”라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개념적 경향, 태도 외에도 이번 전시 작품들에서 색채가 주는 즐거움, 회화가 주는 즐거움과 유희에 집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최신 작가들이 보여주는 경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테반 카데자 드 바카 ‘시크릿 데저트(Secret Desert)’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다양한 배경이 작품 속에 드러난다. 에테반 카베자 드 바카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한 작가로, 서부의 풍경과 자유로운 그라피티,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상형문자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인 아내와 함께 살며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알렉스 도지 작품에서는 만화적 요소가 드러난다. 표면에 물감이 도톰하게 올라가 입체감을 주는데, 몹시 세밀하고 패턴이 균일해 마치 하이테크놀로지가 사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수공업적인 스텐실 기법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올린 것이라는 반전이 재미있다.

라피 칼렌데리안 ‘에밀리아(Emilia)’

라피 칼렌데리안은 친구와 동료 예술가들을 다양한 색과 질감으로 그려내는데 특히 바닥과 벽면 등에 강조된 특유의 인디언적 패턴이 상징적이다. 타이슨 리더는 아름답지만 기묘하게 황폐화된 풍광이 몽환적이면서도 미국 서브컬처 라이프 스타일 소재를 친근하고 위 트있게 보여준다. 미코 벨드캄프의 작품들은 일상적 풍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개인적 서사를 담으면서도 시대적인 멜랑콜리와 서정이 깊게 베어난다.

서울 성북동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만나는 30∼40대 미국 작가들의 정체성을 다양한 형태와 패턴의 회화를 만나는 일이 흥미롭다. 마치 뉴욕 거리 한 뮤지엄에 와 있는 느낌이다.

미코 벨드캄프 ‘패신저 고스트(Passenger Ghost)’ BB&M갤러리 제공

갤러리 측은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이들의 작품은 이미 뉴욕 현대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는 등 미국 미술계에서 높게 평가돼 온 작가들이라고 설명했다. 허시영 공동대표는 “회화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 젊은 국내 작가와 미술 학도들이 많이 와서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월2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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