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23년과 같은 종합 6위 불구
운영환경 분야 11위 → 35위 급락
가짜뉴스·딥페이크 등 대응 늦고
인력난 심화·연구실적 크게 뒤져
정부정책·기술 개발 항목은 ‘호평’
佛, 정부 지원 힘입어 13위 → 5위
韓은 AI기본법조차 국회서 표류
“법안 처리·인재 육성 속도 내야”
한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는 우수하지만 관련 규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인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AI G3(글로벌 3대 AI 강국)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가 간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영국 데이터분석 기관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전 세계 83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해 최근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 중 27점으로 종합 순위 6위에 올랐다.
글로벌 AI 인덱스는 △인재 △인프라 △운영 환경 △연구 △개발 △정부정책 △상업화 등을 평가한 것이다. 1, 2위는 수년째 미국과 중국이다.
한국은 해당 인덱스에서 2020년 8위, 2021년과 2022년 7위, 지난해와 올해 6위로 순위가 점차 상승하고는 있다. 그러나 점수만 보면 지난해 40.3점에서 올해 27점으로 낮아졌다. 항목별로도 한국은 운영 환경과 인재 분야 평가가 좋지 않다.
운영 환경 항목에서 한국은 35위에 그쳤다. 지난해 11위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운영 환경은 AI와 데이터 규제 상황과 AI에 대한 사회적 신뢰 등을 평가한다.
AI 등장 이후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저작권 침해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면서 각국이 대응에 나선 반면 한국은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AI기본법 제정도 늦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법을 통과시켰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말 AI 안전평가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AI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인재 분야는 12위에서 13위로 한 계단 낮아졌다. AI 인력 부족이 문제로 지목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2023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AI 관련 2354개 기업이 답한 지난해 AI 부족 인력은 8570명이었다. 2022년 실태조사 당시 7841명이던 것이 더 늘어났다.
AI 관련 논문 등 업적을 보는 연구 항목도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3위로 떨어졌다.
한국은 새로운 AI 모델 개발 등에 관한 ‘개발’ 항목(3위)과 AI 국가 지출과 전략 등 ‘정부정책’(4위), 첨단 컴퓨팅 환경과 반도체 제조 규모 등 ‘인프라’(6위)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이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AI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각국이 AI 산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AI 인덱스 순위는 수시로 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4위였던 캐나다는 8위로, 이스라엘은 5위에서 9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한국보다 낮은 13위였으나 올해 5위로 급등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AI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을 세우고 누적 72억유로(약 10조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10위에 이름을 올린 인도의 약진도 눈에 띈다.
산업계·학계 등에서는 무엇보다 AI 산업 진흥과 최소한의 규제를 담은 AI기본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국가 AI 규범이 정립돼야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인재 확보도 과제다.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경쟁력의 핵심은 곧 인재”라며 “범정부 차원의 AI 인력 양성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초·중·고 AI 기초교육을 강화하며 글로벌 AI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 AI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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