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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보자’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전남·광주 장례식장마다 ‘눈물 바다’ [제주항공기 무안 참사]

입력 : 2025-01-01 18:48:00 수정 : 2025-01-01 1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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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은 아내 고향으로 가져가야죠.”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 참사 희생자인 태국 태생의 A씨 빈소가 차려진 1일 광주광역시 한 장례식장에는 외국인 관련 조화가 눈에 띄었다. 살아생전 한국생활을 도왔던 외국인주민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나주 문평면이장협의회가 A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조화로 함께했다.

지난 2024년 12월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태국인 탑승객 가족이 영정을 놓고 있다. 연합뉴스

A씨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2019년 전남 나주의 한국인 남편에게 시집오면서다. 최근 A씨는 남편과 함께 고향인 태국을 갔다. 남편은 일이 있어서 나주로 먼저 돌아오고 A씨는 고향에서 더 머물다 사고 여객기를 탔다가 화를 당했다. 남편은 비행기 타기 전 나눴던 “내일 보자”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은 “유품뿐 아니라 아내의 휴대전화도 없어 아내의 지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겨우 친구 1명과 연락이 닿았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정은 또 있다. 남편은 “아내의 아버지도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장례를 치른 뒤 아내의 유골함을 가지고 태국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사고 나흘 만에 여객기 참사 사망자 179명에 대한 신원이 확인되면서 전남·광주 등지에서 속속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다. 이날까지 11명의 사망자가 광주와 전남, 서울에서 장례절차를 밟고 있다. 예기치 않는 죽음으로 이들 장례식장마다 통곡과 오열,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B씨의 빈소의 입구에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의 조화가 놓여져 있었다. 유족들은 “내년에 두 딸 모두 시집 보내기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울음을 참지 못한 유족들은 서로 부등켜 안거나 등을 토닥이며 슬픔을 나눴다.

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퇴직한 B씨는 그동안 음악 동아리 회원들과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아내와 두 딸 곁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딸은 아버지 없이 치를 결혼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예비 사위들은 아직 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슬픔을 나누기 위해 빈소 안내판의 사위란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3부자의 장례가 동시에 치러진 전남 화순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은 상주가 없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추모객 안내 전광판에는 3부자의 이름만 나란히 적혀 있었다. 상을 치르는 상주의 이름이 없었다. 친척 10여명이 빈소를 지키면서 상주 역할을 했다.

아버지는 고등학생 두 아들과 방콕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것을 기념해 3부자의 여행은 마지막 추억이 된 것이다. 두 아들의 시신은 아직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부자의 영정을 본 친척들은 허망함에 서로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에서 잠깐 나온 한 친척은 “아이고 이를 어쩌나”라며 짧은 탄식만 연신 내뱉었다.

광주시는 이날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영락공원 추모관에 별도 안치실을 마련했다. 희생자 유가족이 “함께 참사당한 희생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지지 않도록 별도의 안치실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영락공원 안치를 희망하는 유가족에는 전담 직원을 배정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영락공원 화장장은 참사 수습 기간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연장 운영한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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