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산불 대부분 3∼5월 건조한 봄에 발생
인재 많아 경각심 필요… 삼림 환경 개선 요구
산불이 주말 사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산림 3286ha를 태웠고, 4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낳고 있다. 해마다 봄철이면 산불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 대책과 주의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악의 단일 산불은 2000년 강릉·동해·삼척 등지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2만3794ha가 소실됐고, 주택 700여채가 불탔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1시 기준으로 주말새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37곳에서 산불이 이어졌고, 이 중 8건이 진화됐다.
특히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날까지 사흘째 이어지면서 1362ha가 영향권에 들었고,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인근 주만 461명이 대피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22일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과 적은 강수량이 더해지면서 큰불로 번졌다. 이 산불로 주택 등 47곳이 피해를 입었고 주민 1128명이 대피했다.


과거 큰 산불은 대부분 봄에 발생했다. 가장 큰 규모의 산불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경우 그해 4월7일에서 15일까지 장장 9일간 이어졌다.
두 번째로 큰 규모인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3월4일부터 15일까지 11일간 이어졌으며 산림 2만923ha가 소실됐다. 산불이 원자력 발전소 인근까지 도달하며 국민적 위기감이 커졌었다.
2019년에도 4월4일 고성·속초 산불이 발생, 산림 1757ha를 태웠다. 도시 인근에서 발생한 불로 1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게 특징으로 당시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2005년 4월4일엔 양양에서 산불이 나 국가 문화재인 낙산사가 전소했고, 1977년 강릉 산불 땐 산림 6000ha 이상이 사라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발생한 피해면적 100ha 이상의 대형 산불은 32건 중 27건(85%)이 3∼5월에 발생했다.
봄철 산불이 큰불로 이어지는 건 건조한 기후, 바람과 관계가 깊다. 이번 의성 산불의 경우, 이 지역 최대순간풍속은 17.9m로 삽시간에 불씨를 사방에 퍼뜨렸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기 전 순간 건조해진 기후의 영향도 크다.
올해는 이미 2월 수십건의 산불이 이어지며 산림청이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한 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올해 3월이 최근 10년 새 산불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산불의 원인은 송전선 화재, 전신주 스파크 등 다양하지만, 입산객 실화 등 인재인 경우가 적지 않다.
2000년 동해안 산불이나 1997년 강릉 산불 인재인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양양 산불도 사찰의 소각 불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봄철이면 소방 당국이 산불 주의를 당부하지만,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
입산 시 흡연 금지나 쓰레기 소각 주의 등 입산자나 인근 주민의 산불에 대한 경각심은 기본이고, 산림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산림의 경우 빽빽한 지역이 많고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많아 피해를 키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나무들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솎아내는 간벌에 대해 ‘멀쩡한 나무를 자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임도(林道)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목소리를 내지만, 산불 예방과 목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이런 작업과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크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2023년 경남 하동 지리산국립공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산불을 공중과 지상에서 진화하려면 산불 진화 임도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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