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의 재판관 지명에 민주당 주도 발의
‘임기 자동연장’ 대목에도 “헌법 반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은” 헌법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 “대통령 몫은 대행이 임명 못해”
한 대행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그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자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7일 국회를 통과한 헌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개정안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 직무정지 등의 사유로 권한대행 체제가 된 경우 ‘대통령 몫’ 재판관 3명은 임명·지명하지 못하게 했다.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의 재판관만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이 이런 개정을 추진한 데는 한 대행이 8일 대통령 몫인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재에 사건이 걸려 있는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사건 당사자로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도 이를 받아들여 한 대행의 임명권 행사 효력을 정지시켰다.
韓, 임명 강행하다 헌재서 ‘발목’
한 대행의 이날 설명처럼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 또는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화된 것은 없다. 다만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소극적이고 현상 유지적인 권한’에 한정해야 한다는 게 헌법학계의 중론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도중 퇴임을 맞은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의 후임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헌재는 결국 ‘8인 체제’에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개정안에는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후보자 선출일 또는 지명일로부터 7일 이내에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되, 7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통령이나 권한대행이 국회나 대법원장 몫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계속 미루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재판관의 임기 만료 또는 정년 도래에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문제로 재판소 운영이 중단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한 대행은 이를 두고는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임기 자동 연장’에 대해선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