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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세종은 왜 세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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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7 22:47:02 수정 : 2025-08-27 22:47:01
이도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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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외교·안보 강화 위한 악평 감내해야

살아 생전 세종(世宗)은 세종이 아니었다. ‘세종’은 왕이 사망한 뒤 치적을 평가해 붙이는 묘호다. 왕조의 개창자엔 태조(太朝), 기틀을 잡은 왕이면 태종(太宗), 나라를 중흥한 왕이라면 주로 세종이 붙었다. 세종의 묘호는 아들 문종이 정했다. 기록에 의하면 문종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선으로 만든 ‘4군 6진’ 개척을 이유로 들었다. 신하들은 바로 납득했다.

세종 하면 한글창제지만 600년 전엔 ‘4군 6진’이었다. 왜일까. 드론이 날아다니는 지금도 ‘강’은 방위의 핵심이다. 사람과 물자 이동을 제어하고 적 움직임을 관측하기 편해서다. 러시아가 우크라니아와의 전쟁에서 휴전 조건으로 집요하게 ‘드니프로강 국경선’을 요구하는 게 이 때문이다. 산맥이 국경이 되면 방어 난이도는 상승한다. 1950년 유엔군은 섣불리 개마고원으로 들어섰다가 산맥 사이로 기동하는 중국군을 탐지하지 못해 패배, 흥남철수를 해야 했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4군6진 개척은 마땅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 험난함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대엔 더 했다. 많은 양식과 물자가 개척을 명분으로 무의미하게 소비됐다. 매년 수많은 사람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끌려갔다. 한 해도 못 넘기고 다수가 굶거나 얼어 죽었다. 성군 세종은 빗발치는 이 아우성을 애써 무시했다. 지금의 희생이 후대의 외교·안보적 평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세종’은 천의 희생과 만의 피로 이뤄진 후대의 칭송이었다.

일본과 미국 순방을 끝내고 이재명 대통령이 귀국길에 올랐다. 동북아시아에는 외교적 변화가 예고된다. 이 대통령의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발언이 상징한다. 당장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변화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두 달. 동북아 정세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북한의 위정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이다. 지금이 변곡점이다.

여권은 이 대통령의 방일·방미 결과를 지지율 반등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 여권은 최근 몇 주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다. ‘대주주 양도세’ 논란, ‘조국 사면’ 등이 이유로 꼽힌다.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는 호평 속에는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으려는 정략적 계산이 느껴진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이 지지율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언제나 정도가 중요하다. 외교·안보 사안에서 정치적 판단의 무게중심을 ‘내부’에서 찾는 건 금물이다. 세종이 내부의 숱한 원성을 이기지 못하고 4군 6진을 포기했다면 ‘세종’이 됐을까. 정치가는 한 공동체, 나아가 한 국가의 대계를 위해 당대의 악평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17년 만에 나온 한·일 정상의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피스메이커’를 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웃음과 ‘트럼프 청구서’ 속에서 그때가 오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여권의 시선과 판단. 그 무게중심 속에 ‘세종’이 있길 진정으로 바란다.


이도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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