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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쇠사슬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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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9 22:49:05 수정 : 2025-09-09 22:49:04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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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아이언클래드(ironclad)는 철(iron)로 덮였다(clad)는 의미다. 철로 단단히 싸여 있는 만큼 ‘바꿀 수 없는’, ‘절대 깨지지 않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등의 뜻으로 사용한다. 철에서 파생한 글자 그대로 맛을 살려 ‘철통같은’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아이언클래드는 한·미 동맹을 나타내는 대표적 표현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80주년 광복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는 철통같은 한·미 동맹(the ironclad US-ROK Alliance)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 대통령, 한국 정부와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이 아니라도 ‘철통같은 한·미 동맹’은 양국 인사 사이에 너무 애용돼 진부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철에는 결국 녹이 스는 것인가.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의 한국 기업 건설 현장에 파견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의 팔과 다리, 허리를 쇠사슬로 묶어 끌고 가는 장면이 한·미 관계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어제 “큰 책임을 느끼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구금 국민이 조만간 귀국한다는 사실을 직접 밝혔다. 이번 사태가 조기 봉합되는 듯해 다행이지만 동맹국으로부터 우리 국민 다수가 받은 상처의 치유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59.2%)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나친 조치로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했다. 중도층에선 실망했다는 응답 비율이 65.4%에 달했다. CNN 등 미국 매체는 미국에 대한 한국민의 충격과 배신감을 전하며 양국 관계에 끼칠 악영향을 전망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번 구금 사태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위축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진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북아 정세가 격동하고 있다. 북·중·러 수뇌는 66년 만에 톈안먼 망루에 올라 단합을 과시했다. 한·미 동맹이 ‘철통같은 동맹’이 아니라 ‘쇠사슬 동맹’으로 비아냥 받아서는 안 되겠다. 한·미 모두 양국 관계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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