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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사라진 공공기관 직무급 확산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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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1 23:08:37 수정 : 2025-10-01 23:08:36
이희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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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권 핵심 정책이란 이유로 배척 말아야

역대 정부 국정과제에 반드시 포함되는 과제가 있다. 바로 공공기관 개혁 방안이다. 지난달 공개된 이재명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서도 공공기관 개혁은 ‘성장과 민생에 기여하는 공공기관 혁신’이란 제목으로 제시됐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원을 공개·활용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경제·사회적 역할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아울러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한 경영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도 담겼다.

이는 조직 효율화와 재무 건전성 제고를 화두로 삼은 이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방안과 대조된다. 윤석열정부는 재무 위험이 높은 기관을 집중 관리해 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인력 효율화 등 자발적 혁신을 유도하는 등 공공기관의 ‘군살 빼기’를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희경 경제부 차장

공공기관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국정 철학에 따라 혁신 방안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공공기관은 모두 331개로 이들의 지출 규모는 947조3919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5%에 가까운 수치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렛대’ 삼아 주요 정책을 전개하고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재명정부는 중대재해에 책임 있는 공공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산업재해와의 전쟁’에 공공기관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개혁 방안 중 정권 성향과 상관없이 추진돼야 할 과제도 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직무급 확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직무급이란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연공성에서 탈피해 직무 내용 난도에 따라 보수를 달리 주는 것을 말한다. 이전 정부는 2021년 35개 정도였던 직무급 도입 공공기관을 2027년까지 200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고, 올해 4월 기준 129곳이 도입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됐다.

직무급 확산은 정년연장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중장년층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2021년)에 따르면 우리 노동시장에서 임금 연공성은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강력하다. 한국의 근속 1년 미만 노동자의 임금 대비 근속 30년 이상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2.95배로, 일본(2.27배)이나 유럽연합(1.65배)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런 임금의 강한 연공성은 현재 노동시장 전체로 봤을 때 좋은 일이 아니다. 우선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이 49.4세(2023년 기준)로 법정정년(60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직된 임금체계는 이른 나이에 퇴직한 중장년층이 안정적인 직장에 재취업할 길을 막는다. 지난해 8월 기준 50대 비정규직 비율이 35.3%에 달했다. 아울러 기업의 부담을 키워 정년연장 변화의 속도도 늦추게 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생산성보다 임금이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높은 수준의 퇴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공급 심화에 따른 기업 인건비 상승은 청년 고용 역시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재의 임금 체계는 소수의 혜택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공공개혁 관련 국정과제에는 직무급 확대를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공공부문이 직무급 확산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 민간 기업에 이를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직무급 확산은 정년연장, 더 나아가 고령층 빈곤 완화라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숙제를 풀 첫 번째 단추다. ‘실용’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답게 이전 정부의 대표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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