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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못 쓰고… 불안에 떠는 승무원들 [밀착취재]

입력 : 2020-01-27 18:54:49 수정 : 2020-01-27 22: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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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중국 노선만 착용 허용 / 미관 등 이유… 안일 대응 비난

“매일 안전을 외치지만 정작 목숨이 오가는 감염병에 안일한 대처를 하는 게 항공사 현실입니다. 손님 목숨까지 위험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 승무원은 이렇게 호소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노선을 대상으로 기내 서비스 시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거나 사무장 재량으로 허가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일부에 그친다. 그동안 승무원의 마스크·장갑 착용을 금지해온 항공사가 뒤늦게 중국 노선에 한정해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지만 땜질식 대응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국가를 경유해 오는 중국 승객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어 승무원의 감염이나 이를 매개로 한 추가 전파 가능성 때문에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11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는 중국 톈진, 칭다오, 옌타이 등 중국발 여객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이어 들어왔다. 취재진이 30분가량 한 도착 게이트를 빠져나온 승객들을 관찰한 결과 승객 262명 중 218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10명 중 8명은 마스크를 쓴 셈이다. 반면 승객과 달리 승무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한 승무원은 “승무원은 원래 마스크 착용이 안 된다”며 “우한 폐렴 사태 이후 공항 내에서나 출퇴근 시에는 착용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외 별다른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 노선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거나 사무장의 재량으로 허가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일부에 그친다.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중국과 홍콩, 대만 노선에 한해 제한적으로 기내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일부 승무원들은 출퇴근이나 기내 서비스 시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다거나 중국 레이오버(현지 체류) 비행 등으로 인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한 승무원은 “제주를 비롯한 다른 노선에도 중국 승객이 한가득 타고 있는데 불안해 미치겠다”며 “손님들은 다 착용하고 있는데 우리만 못하고 있다. 우리 중에 감염증 환자가 발병하면 하루에 적어도 400명 이상 감염의심환자가 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승무원은 “매니큐어 바르는 건 필수라면서 마스크와 장갑 착용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니 안전과 위생이 우선순위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항공업계는 객실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이 ‘승객에게 불안감을 준다’거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중국 노선 승무원 마스크 착용 역시 지난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승무원 등의 마스크·장갑 착용 요구 성명을 발표하자 뒤늦게 나온 조치다.

인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뉴시스

중국 노선 대상으로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을 시행하고 있는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직원 보호는 당연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승객들이 기내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면서 “전 노선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출퇴근이나 이동 중에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발생 시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에는 정부 차원의 관련 규정이 없어 항공사 재량에 맡기고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제대로 된 매뉴얼 없이 내부 분위기와 여론 눈치를 보며 주먹구구식 대응을 해오는 항공사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당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과 접촉이 불가피한 승무원의 경우 가능하면 (중국 노선뿐 아니라) 전부 마스크 착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많은 사람이 오가고 위험지역으로부터 사람들이 오는 공항에서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인천=이종민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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