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서 나는 이상한 악취, 알고 보니 고독사…“씁쓸”

평소 아파트 복도에 이웃이 쓰레기 쌓아둬 악취 못 느껴
쓰레기도 없는데 악취 느껴져 경찰에 신고하니 ‘고독사’
누리꾼, 고인 명복 빌며 ‘이웃 간 교류 적어져 생긴 일’

보배드림 캡처

이웃집에서 나는 악취에 경찰에 신고했다가 이웃의 고독사 소식을 듣게 됐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살면서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습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한달 전부터 아파트 복도에서 이상한 악취가 났다”며 “옆집이랑 엘리베이터 옆집에서 음식물 쓰레기 등 여러 가지 쓰레기를 집 앞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증거를 수집해서 관리사무소에 말해야겠다며 사진도 찍어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제는 아침 저녁으로 쓰레기가 없는데도 악취가 엄청 나더라. 그러다가 오늘 아침 악취가 절정을 찍었다”며 “참다못해 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했고, 관리사무소에서는 어느 집에서 악취가 나는지 찾겠다며 벨을 누르고 다녔다”라고 설명했다.

보배드림 캡처

이에 A씨는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우리 옆집이랑 엘리베이터 옆에 사는 곳에서 쓰레기를 한 번에 버리러 안 가고 문앞에 모아둔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A씨는 냄새가 새어 나오는 집이 쓰레기를 문 앞에 모아두는 집이 아닌, 그 옆집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아무리 벨을 누르고 두드려봐도 문제의 집에서는 인기척이 없었고, 관리사무소 측은 “연락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A씨는 “그때 좀 쎄했다. 생선이나 젓갈이 썩는 듯한 비린내가 나서 ‘이건 살면서 맡아본 냄새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장 보러 나가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가 온 경찰에게 “시체 썩는 냄새 같은 게 난다. 요즘 고독사가 많다고 하니 한 번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보배드림 캡처

이후 A씨가 장을 보고 온 사이 해당 집으로 119구조대까지 출동했다. 아파트 복도에 들어선 A씨는 “그 집에서 흰색 방진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길래 신고자임을 밝히고 ‘제가 생각한 게 맞냐’고 묻자 ‘맞다’고 하더라”며 “문 앞바닥에는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문이 닫혀있을 때는 차원이 다른 악취에 머리가 아팠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고독사한 이웃의 집은 구조대가 문을 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반나절 이상 계속되는 악취에 관리사무소에 복도 청소를 요청한 A씨는 “1년 가까이 살며 한 번도 마주쳐본 적 없는 분인데 참 안타깝다”면서 “주위에 이런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생전 처음 겪어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이웃 간 교류가 적어져서 이 사태가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주변에 저런 이웃이 있다면 적당한 관심이 필요하다’, ‘저승길도 참 외롭게 떠나서 안타깝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제 무색하게 변했다’, ‘고독사는 이제 사회 문제다.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글쓰신 분 좋은 일 하신 것 같다’, ‘세상이 각박해진 요즘 시대가 참 암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