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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 계실 때…” 뒤늦게 부르는 사부곡

입력 : 2013-07-06 00:37:43 수정 : 2013-07-06 00: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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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희 새 장편 ‘한낮에 별을 보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6남매의 아버지인 남자가 어느 날 말기 간암 판정을 받는다. 가족은 본인에게 병명을 알리지 않고 쉬쉬하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몸 상태를 당사자가 모를 리 없다. 남자는 남자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그렇게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 순간 남자가 버럭 눈을 뜬다. 부활일까. 아니다. 영혼의 넋두리일 뿐이다.

“식구들이 다 모여 앉아 울고 있다. 반가워서 말을 하려는데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얘들이 왜 전부 울고 앉아 있노.”

조정희(51·사진)씨의 새 장편소설 ‘한낮에 별을 보다’(북갤러리)를 읽고 일찍 떠나보낸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그리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칠 이가 참 많을 것 같다. ‘자식은 효도하려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선현의 가르침이 빈말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아니, 그런 고상한 고사성어까지 들먹일 필요가 없다.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가요도 있지 않은가.

주인공 윤대선은 아내 소연과 1남5녀를 뒀다. 자녀는 진·선·미·정·숙·현 등 이름을 전부 외자로 지었다. 막내 현만 아들이고 전부 딸이다. 첫째 진부터 셋째 미까지는 제 짝을 찾아 출가했다. 정은 결혼할 마음이 없고 숙은 약혼한 상태다. 어릴 때 대선 부부의 과도한 기대 속에 자라난 현은 나약한 청년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대선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가 아들 현이다.

대선의 장례식 후 숙의 결혼식과 소연의 칠순잔치가 닥친다. 가족은 새삼 ‘아버지’의 부재를 한탄한다. “왜 살아 계실 때…”라는 후회는 짜디짠 소금으로 변해 물과 섞여 양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부끄럽지 않은가. 이미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제사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그게 효도라고 착각하며 살다니. 살아 있는 사람의 말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주제에. 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꾸는 제대로 했던가.”

숙의 예식장을 찾은 대선의 혼령은 하염없는 독백을 쏟아낸다. 딸을 시집보내는 아비의 심정이 어떤지 여성 독자들은 알아줬으면 한다.

“시집을 보낸다는 게 참으로 기막혔으니까. 다른 집으로 가버린다는 것. 이제 퇴근해 돌아와도 그 아이가 없을 것이라는 것. 고생은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면 지금도 기분이 울컥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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