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안과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23%에 그쳤던 어린이 근시 유병률이 2000년대 상반기에는 46.2%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2011년 대한안경사협회의 전국 안경 사용 실태 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35.8%가 안경을 사용하고 있으며 25% 정도의 아이들이 시력에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시의 발생 시기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시력 이상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근시가 발생하면 안경으로 교정하고 이후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로 시력을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근시가 계속 진행돼 고도근시가 되면 이후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리 관리하고 점검해야만 근시로 인한 실명을 막을 수 있다.
◆ 근시가 진행돼 변성근시가 되면 실명할 수 있어
원래 우리의 눈은 만 18세 이후에 성장이 멈추고 근시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18세 이후에도 근시가 점점 진행돼 고도근시가 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낮은 연령층에 나타나는 근시는 이후 교정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근시가 발생해 고도근시로 진행하면 성인기 이후에 고도근시에 의한 망막변성이 발생하여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고도근시는 굴절력 -6.0디옵터 이상이고 눈의 전후 길이가 26mm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 눈 속의 필름 역할을 하는 조직인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부에 후 포도종이나 맥락망막변성 등 퇴행성 변화가 동반되면 변성 근시가 될 수 있다. 전체 근시 중 변성 근시의 비율은 약 30% 정도이고 특히 동양인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내장, 당뇨망막증과 더불어 주요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변성근시가 꼽히고 있다.
변성 근시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근시가 일찍 발생해 계속 진행되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이 전후로 너무 길어지면 모양이 마치 럭비공처럼 변하며, 눈의 뒷부분에 과도하게 얇아지게 하는 힘이 작용해 변성이 일어나면서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변성 근시의 합병증으로는 △망막 출혈 △망막박리 △공막의 얇아짐 △망막 및 맥락막의 위축과 균열 △맥락막 신생혈관 △황반부 망막의 구멍 등이 일어날 수 있고, 눈 속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질인 유리체에도 변화가 일어나 날파리증과 주변부 망막의 찢어짐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망막박리와 눈 속 출혈의 위험성도 증가하게 된다.
◆ 근시 합병증에 따라 치료법 달라…예방이 최선
변성 근시의 치료는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만큼 합병증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레이저치료, 수술적 치료, 주사치료 등 가능한 모든 안과적 치료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병의 완치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병이 나타났을 때 치료하겠다는 생각 보다 미리 예방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근시로 인한 실명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근시'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사물을 볼 때 눈과 너무 가깝게 보는 것을 피하게 하고, 가능하면 50분 학습 후에는 반드시 10분 정도는 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충분한 조명도 중요하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 TV나 컴퓨터 등을 이용할 경우 평소보다 많은 양의 ‘활성산소’를 만들게 된다. ‘활성산소’는 눈의 정상세포를 파괴하고 근시를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빛의 밝기는 편안함을 느끼는 간접 조명의 조도의 겨우 100~200룩스 정도, 직접 조명의 조도는 400~700룩스 정도가 적당하다.
안과전문의 김진국 원장은 “변성 근시의 합병증의 원인이 눈이 길어지는 것이므로 굴절수술을 통해 안경을 쓰지 않게 된 경우라도 망막의 변성은 생길 수 있다”며 “청소년 시기에는 근시의 발생을 막는 것이 중요하며, 40세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의 이상 여부를 반드시 점검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