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양형 관련 모의 평결…정식배심원과 달리 질문 못해 “폭행 여부를 떠나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가 더 큰 체격의 피고인에게 붙잡혀 넘어져 돈을 뺏겼다면 강도로 봐야할 것 같아요.”(숙명여대 오소희)
지난 5일 오후 7시 남부지법의 국민참여재판에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가한 기자 6명과 숙명여대 법학과 학생 6명이 의견을 서로 나누는 평의를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9시간 진행된 재판에 대한 평의였다.
그림자 배심원제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주 배심원단 이외에 별도 배심원단이 재판 전 과정을 참관한 뒤 유무죄나 양형에 관한 모의 평결을 하는 제도다.
◇5일 오후 서울 남부지법의 국민참여재판에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가한 본지 이귀전 기자(맨왼쪽) 등 언론인과 숙명여대 법학과 학생들이 재판 참관 후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검찰 측은 오른손이 불편해 쓰지 못한다는 피고인 주장을 “다른 범행에서 양손을 써 지갑을 훔치는 걸 봤다”는 증인을 내세워 무력화하려 했다. 변호사는 “피해자가 얼굴을 맞았다고 한 뒤 지금은 뒤통수가 아프다고 말을 바꿨고, 피고인이 폭력을 행사했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림자 배심원에 속한 기자는 ‘피고인이 출소 전 교도소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증언을 받으면 오른손 사용 여부를 알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으나 정식 배심원과 달리 질문할 수 없었다.
공판 후 선고를 앞두고 그림자 배심원이 모여 평의와 평결을 하는 자리에서 몇 차례 의견 교환 끝에 ‘피해자가 다쳐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강도가 맞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 대부분의 배심원도 검찰 의견과 일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5년을 선고했다.
숙명여대 법학과 정채윤씨는 “실제 재판에 참여해 재판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며 “판사가 되어 선고를 직접 한다면 상당히 부담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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