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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트럼프 흉내 내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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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2 00:39:16 수정 : 2025-04-22 00: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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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에서 아크로비스타로 가는 길에 지지자로부터 받은 ‘MKGA(Make Korea Great Again?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자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본뜬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시위에서 ‘stop the steal’(미국 의회 침입 난동자들이 주장한 부정선거 중단 구호) 피켓을 들고 트럼프가 윤석열을 구원할 거라고 외치거나, 미국 보수단체 시팩(CPAC) 행사장에 가서 ‘윤석열은 아시아의 트럼프’란 식으로 홍보해왔다. 윤 전 대통령이 ‘짝퉁 마가 모자’를 받아 쓴 모습은 이제 그가 직접 트럼프 코스프레를 정치 전략으로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 전략은 성공할까.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이던 12월3일 벌어진 ‘비상계엄’은 ‘군사동맹’을 배반하고 군을 움직인 사건이 됐고, 외교부를 통해 외신기자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숭배하는 대통령의 결단”이니 막지 말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다 들통난 사건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위대하다”고 외치는 사람인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미국을 따돌렸다.

김예진 국제부 기자

대북관이 딴판인 점도 흥미롭다. 윤 전 대통령의 대북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가까운데, 볼턴과 폼페이오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자 트럼프를 비난하는 책을 내 트럼프의 ‘뒤통수’를 쳤던 사람들이다. 지금 트럼프는 그런 배반의 기억으로 관료들을 ‘딥스테이트’라 칭하며 깨부수고 있다.

취임 석 달이 된 지금, 미국 전역에 전례없는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일어나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탄핵된 사람이 자기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 당사자가 과연 반가울까.

트럼프가 가장 싫어할 대목은 윤 전 대통령이 3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이미지를 차용하려 한 전적일 듯하다. 2022년 2월 한 일간지 기사를 보면 윤석열 캠프는 후보가 오바마의 슬로건을 따라하고 오바마처럼 즉흥연설을 즐기며 오바마처럼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오바마 마케팅’을 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인사는 “윤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오바마에 대한 호감을 표현해 왔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좋다더니 3년 만에 돌변한 데에서 진정성이 전달되긴 어려워 보인다.

물론 바쁜 트럼프가 이런 윤 전 대통령 행보에 관심 가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트럼프 따라하기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로직’이 있다. 축출당한 ‘피해자’로서 자신을 트럼프와 동일시하고, 반대편의 ‘가해자’에겐 현직 미국 대통령의 적대감을 일으키려는 이간계다. 그가 다음 정부를 얼마나 저주하는지 느껴지는 건 덤이다. 전 세계가 트럼프 쓰나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기 정부는 트럼프와 친하되 트럼프를 반대하는 미국민과 세계 시민들에게 좌절을 줘선 안 되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동맹이 더 싫다는 트럼프에 할 말을 해야 하는 역대급 난제 앞에 선다. 나라를 걱정한다면, 다음 정부와 트럼프를 이간해 내가 살아보겠다는 그 발상 자체가 나올 수 있을까. 솔로몬 앞에서 아기를 반쪽내서라도 갖겠다고 주장하는 가짜 엄마가 떠오른다.


김예진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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