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엔 하루 학생·학부모 수백명 북적
송파구서 8200점 ‘새주인’… ‘나눔장터’도 “신학기 교복값이 부담스럽다면 헌 교복은행으로 가보세요.”
서울시내 각 자치구들이 학부모들의 교복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헌 교복을 세탁하고 수선한 뒤 싼 값에 파는 ‘교복은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송파구청 앞 지하보도에 마련된 헌 책·교복은행을 찾은 한 학생이 옷이 몸에 맞는지 입어보고 있다. 송파구 제공 |
특히 송파구청 앞 지하보도에 관내 중·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기증한 헌 교복 700여점과 교과서를 비롯한 헌 책 2000여권을 갖춘 ‘헌 책·교복은행’을 마련,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매장에서 바지, 셔츠, 조끼, 재킷 4점으로 구성된 교복 한 벌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4000원. 교복 한 점당 1000원으로, 한 벌당 20만∼30만원에 달하는 시중 유명상표를 단 교복값과 비교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송파구의 경우 2004년부터 현재까지 총 9700여점의 교복을 기증받아 8200여점이 새 주인을 만났다. 지난해의 경우 새로 기증된 교복은 약 3200점, 이보다 많은 3300점(재고 포함)이 팔렸다.
각 학교 졸업식이 아직 열리지 않은 ‘비수기’에는 하루 평균 20여명이, 졸업식이 몰려 있는 2월과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같은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이들이 교복은행을 찾는다.
송파구의 헌 책·교복은행에는 일반교양도서와 참고서를 비롯한 헌 책 2000여권과 어학·음악 테이프와 게임 CD 등도 진열돼 있다. 아동도서, 성인도서는 각각 한 권당 200원, 400원에 판매되며, CD는 개당 1000원, 테이프는 개당 500원이다.
이곳에서 학기 중 잃어버린 교과서를 싼값에 구했다는 잠실고 학생 강모군(17)은 “아직 우리 학교 교복이 없어 아쉽다”며 “졸업식이 끝난 이후 다시 와서 교복 바지를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의 한 관계자는 “관내 모든 학교 교복이 구비되지 않아 물량이 많이 달린다”며 “몸에 딱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해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와 노원구는 2007년부터 교복 나눔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동작구는 다음달 18∼19일 관내 23개 중·고등학교가 참여하는 ‘중·고생 교복 내리사랑 나눔장터’를 연다. 구는 이를 위해 다음달 17일까지 헌 교복과 참고서 가방 등 학생용품을 기증받는다.
노원구도 관내 53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교복 나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25개 학교가 동참해 총 3397벌을 기증받아 이 가운데 2156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이처럼 교복을 물려입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값이 싼 데다 헌 옷이지만 세탁·수선 작업만 거치면 새 교복 못지않게 깔끔할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인턴기자 원휘정(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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