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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녀' 朴대통령·美소년 손 꼭잡고… 굳건한 한미동맹 보는 듯

입력 : 2013-05-09 13:06:13 수정 : 2013-05-09 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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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플리트 1964년 방한사진 단독 입수
6·25때 美8군사령관 지내
보병·포병학교 등 만들고 전후 4년제 육사 창설 기여
한국 재건·경제발전 이바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 찾은 미국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버지니아군사학교(VMI) 내 마셜도서관은 한적했다.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이 남긴 기록물 102상자 중 한국 관련 31상자를 뒤지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그 사이 도서관을 찾은 방문객이라고는 학생 단체 관람객과 전쟁사를 연구하는 듯한 일행 3명이 고작이었다.

밴플리트 장군이 남긴 기록은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과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언록이다. 6·25전쟁 중 탄약 소모량을 치밀하게 계산한 도표 자료와 각종 비밀문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 정일권 장군 등과 주고받은 문서와 서신,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부터 평범한 여고생까지 다양한 한국 인사들과 나눈 편지….

선물 건네고…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1964년 8월19일 청와대를 방문한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오른쪽)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뒷줄 맨 왼쪽)이 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낡은 서류뭉치가 풍기는 특유의 냄새 속에서 한 장의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밴플리트 장군이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내외와 교복 차림의 ‘소녀’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었다. 육 여사 옆 여인과 박근혜 대통령이 손을 잡은 소년이 궁금했다. 뒷면에는 날짜를 알리는 직인만 찍혀 있었다. 서류와 자료를 꼼꼼히 모은 밴플리트 장군의 세심함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1964년 광복절 19주년을 맞아 밴플리트 장군이 며느리, 손자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영문기사 스크랩이 단서가 됐다.

웃음꽃 만발 박정희 전 대통령(맨 왼쪽)과 육영수 여사(왼쪽 두번째)가 1964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세번째) 가족과 밝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밴플리트 장군 옆에 서 있는 사람은 그의 손자와 며느리다.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밴플리트 장군이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은 데는 6·25전쟁 와중에 잃은 아들이 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19일 미8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던 밴플리트 장군은 60세 생일을 맞았다. 당시 27살 공군 중위이던 외아들 지미는 다른 해외근무로 참전할 이유가 없었으나 자원해 한국에 근무 중이었다. 지미는 아버지와의 기러기 사냥을 잠시 즐긴 뒤 4월4일 새벽 B-26 전폭기를 몰고 북한 순천지역 폭격임무에 나섰다가 다른 2명과 함께 끝내 귀환하지 못했다. 이튿날 밴플리트 장군은 아들의 실종소식을 듣고서도 해체된 한국군 2군단을 새로 창설하는 행사에 참석해 격려했다.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에 따르면 밴플리트 장군은 태연하게 행사를 마친 뒤 백 장군과 다른 미 군단장들에게 “어제, 제 아들이 군산 비행기지를 떠나 폭격을 위해 북한으로 발진했는데… 행방불명 상태라고 들었다…”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잠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들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밴플리트 장군은 전후에도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49년 전에 만난 미래 여성대통령과 ‘한국군 아버지’ 1964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역사적 순간을 남겼다. ‘한국군의 아버지’와 미래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만남이다. 미국의 제임스 밴플리트(1892∼1992) 장군(맨 오른쪽)과 박근혜 대통령(앞줄 오른쪽 세번째). 12세 소녀는 미국 소년의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었다.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다. 6·25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이 남긴 혈육이다. 전후 한국군 재창설에 기여한 밴플리트 장군과 머나먼 이국 전장에서 희생된 그의 아들의 혈육, 후대 ‘부녀 대통령’ 기록을 남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이 함께한 사진은 60년 한·미 동맹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9년 전 사진 속 ‘소녀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7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밴플리트 장군의 며느리, 육영수 여사, 박근혜 대통령,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 밴플리트 장군.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한국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밴플리트 장군은 1951년 4월∼1953년 2월 미8군사령관을 지내면서 보병학교, 포병학교 등 각종 군사학교를 만들어 와해되다시피 한 한국군을 재정비했다. 전후에는 4년제 육군사관학교 창설에 기여하고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한국 재건을 도왔다. 1962년 4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발전소) 건설 문제를 놓고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주고받은 편지가 이번에 확인되는 등 그는 한국 경제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탰다.

렉싱턴(버지니아주)=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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