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혜택 골고루 나눠야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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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미국 등 세계 최대 선진경제권과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 경제의 개방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우리는 시장개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07년 말에 FTA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한 바 있으며, 최근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 심의를 앞두고 추가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제도의 실효성이나 예산책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련 업계나 국민의 신뢰가 부족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끝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5년 넘게 개방과 관련된 지원대책을 실제로 집행한 경험이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우리는 이러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FTA 지원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에 얽매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원제도를 만들거나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본격적인 FTA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개방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시장개방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고, 결국 우리 농민이나 취약한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시장개방은 다양한 사업기회도 창출해주므로 우리 기업은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시장개방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각종 사업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이 FTA와 시장개방을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정보 제공 및 체계적인 지원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시장개방의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보다 균형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실 시장개방의 가장 큰 수혜자가 소비자인데도 소비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실증적 분석이나 사례 등이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다. 이제 우리 국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시장개방에 따른 혜택과 권리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됐다. 만일 시장개방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올해로 8년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우리의 칠레 수출이 확대된 반면 수입개방으로 인한 산업 피해는 예상보다 작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한·칠레 FTA를 활용하고 있는지, 또 한·칠레 FTA로 얼마만큼 소비자 혜택이 있었는지에 대한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FTA에 대한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최근 ‘공정사회’가 모든 정책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공정사회는 무엇보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개방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시장개방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 시장개방의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공정한 사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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