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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인터뷰] 정재영 “질질 짜는 멜로는 감당이 안 돼”

입력 : 2011-09-25 20:25:41 수정 : 2011-09-25 2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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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함께한 ‘카운트다운’으로 극장가 컴백

스크린에서 진정 빛을 발하는 배우 정재영(41). 때로는 엉뚱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로, 때로는 살벌하리만치 진지한 캐릭터로 다양한 매력을 발산해온 그가 ‘카운트다운’(감독 허종호)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피노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2002) 이후 9년 만에 전도연과 만난 영화에서 그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채권 추심원 태건호 역을 맡아 또 다른 연기변신을 꾀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재영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극중 태건호는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든 게 거짓말’인 미모의 사기꾼 차하연(전도연 분)과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다. 얼굴을 통해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차갑고 건조한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아들 잃은 슬픔을 꾹꾹 누르며 살아온 가여운 인물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보니 캐릭터가 새로웠고 전혀 상투적이지가 않았어요. ‘얘가 왜 이러지?’ ‘갑자기 웬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처음엔 범죄액션 같다가도 아이가 등장하면서부터 드라마가 강해지는 것도 신기했죠.”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꼽히는 만큼 정재영은 작품을 고르는 능력 또한 탁월하기로 정평 나 있다. ‘장진 페르소나’ ‘강우석 페르소나’ 등 정재영의 앞에 붙여지는 수식어도 많다. 이에 “페르소나 전문배우 같죠?”라며 웃음을 지어보인 그는 뭣보다 시나리오가 우선 공감이 가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새로워야 한다는 것. 남들이 봤을 때 의외성 있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자신에겐 재미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가 원래 ‘정통’을 안 좋아해요. 예를 들어 정통멜로? 남녀가 나와 질질 짜고 그러는 건 제 자신이 감당이 안 돼요. 시나리오도 남성적인 캐릭터가 주로 들어오긴 하지만. 제 기준에선 ‘아는 여자’(감독 장진·2004)도 상당한 멜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분들도 많던데요? 멜로영화를 찍게 된다면 ‘첨밀밀’(감독 진가신·1997) 같은 거라면 또 모를까. 저는 그 영화 나온 지 10년이 지나서야 보게 됐는데 왜 아직까지 회자되는지, 왜 등려군 노래가 유행했는지 이해가더라고요.”

그렇다면 전도연과 ‘첨밀밀’ 같은 멜로를 찍어보는 건 어떨 지. 정재영은 “그건 도연씨가 싫어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 선후배 사이로 무척 친한데 함께 멜로 주인공을 하기엔 서로 신비감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 정재영은 9년 만에 촬영장에서 만난 전도연에 대해 ‘최고의 동료’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전도연씨와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만나더라도 훌륭한 작업이 될 거예요. 열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연기자로서 노련미가 느껴지고 그만큼 에너지도 대단해졌죠. 상대 배우를 저절로 몰입시키는 배우가 바로 전도연이에요.”

우리나라엔 ‘정재영 마니아’라고 칭할 정도로 정재영이란 배우에 대해 신뢰를 드러내는 영화팬들이 많다. 하지만 스크린 외에는 그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 너무 신비주의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재영은 “아마 진짜로 만나보면 후딱 깰 걸?”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재영이나, 제작발표회에서의 정재영이나 모두 다 같은 제 모습이에요.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티를 내죠.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렸지만 지금은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마 제가 오락프로그램에 나올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곧 MBC ‘무한도전’ 얘기가 나오자 정재영의 눈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가 안 됐더라면 ‘무한도전’ 멤버가 돼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평소 ‘무한도전’의 팬임을 자처해왔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 다해 보고, 돈도 벌고 무척 재미있을 것 같지 않느냐”고 운을 뗀 그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앞으로 20년은 갈 것 같다”며 깊은 신뢰와 지지의 뜻을 표했다. 한 번쯤 게스트로 출연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으니 “하려면 고정으로 해야지…”라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정재영은 얼마 전 ‘카운트다운’이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기념해 현지를 방문했다. 이번이 해외영화제 ‘첫 경험’이라니 의외였다. 자신의 출연작을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객 행렬, 현지 사람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즘은 개봉 당일 그 결과가 데이터, 문서화돼서 딱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영화 보려고 줄 서 있는 걸 본 게 참 오랜만이었어요. 무려 5만원이나 되는 표를 사서 줄까지 서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라는 생각을 했죠. 예전엔 해외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하면 ‘무슨 공산당이야?’라며 믿지 못했는데, 이번에 나가보고 확실히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올해로 데뷔 15년차.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정재영은 주저 없이 ‘슈퍼히어로’라고 답하며 씩하고 웃어보였다. 농 섞인 말 속에는 이제 불혹(40세)에 접어든 배우의 고민도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엔 슈퍼히어로 영화가 나오기도 어렵고, 설령 나온다고 해도 마흔 넘은 저한테 들어오겠어요? 그냥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훔치는 초능력자 역할 같은 거 해보고 싶어요. 흑인에다 술주정뱅이 영웅이었던 ‘핸콕’처럼 뭔가 언밸런스한 설정이 좋아요. 그러면 저 같은 배우도 슈퍼히어로 한 번쯤 해볼 수 있겠죠.”

정재영은 차기작으로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를 확정짓고 내달 촬영에 들어간다. 이제껏 안 해본 역할이 없을 것 같은 그가 첫 형사 역할에 도전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워낙 낮은 역할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슬슬 올라갈 일만 남았겠죠?”라고 말하며 웃는 정재영의 모습에 앞으로 그의 필모그래피가 어떤 작품들로 채워질 지 문득 궁금해졌다. ‘카운트다운’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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