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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 소유, 물류 자회사 너무 많다

입력 : 2008-01-04 11:07:49 수정 : 2008-01-04 11: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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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PL시장, 폐쇄된 계약구조가 글로벌 물류업체 성장 막아

 

최근 국내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전략과 맞물려 물류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들이 정작 글로벌 물류 경쟁력 확보 보다는 물류사업 진출을 통해 손쉬운 수익에 더 애착을 갖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각 그룹별로 지향하는 물류사업 전략이 다른 만큼 각각의 대기업이 소유한 물류 자회사가 새로운 시장 확대와 글로벌 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글로비스 차량

우선 손쉬운 수익에 대한 의구심은 선진 물류국가들과 비교해 현재 물류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 대부분이 물류서비스를 통한 수익 다각화 보다는 자사가 운영하는 대형 제조 및 유통물량을 통해 물류비를 잘라 먹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기업들이 물류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이 물류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키워 경쟁력 갖기 보다는 자사 물량을 남에게 주기 싫다는 식의 고루한 우리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져 우리 물류산업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기업과 몇몇 굴지의 非 물류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 전체 물류업계의 선 순환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대기업이 소유한 물류 자회사를 의혹의 시각은 이들 기업들의 행보에 따라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선진 물류국가들의 70%에 달하는 물류 아웃소싱 비율이 우리의 경우 여전히 확대되지 못하고 개별적인 자회사로 편입해 끌어 안고 간다는 점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는 대기업들의 3PL 폐쇄적 구조가 다단계로 이어지면서 그 원인이 대기업 소유 물류자회사 때문이라는 지적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물류산업은 이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본지는 2008년 새해를 맞아 국내 대표 기업군이 소유하고 있는 물류 자회사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이런 현상이 국내 물류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화로 전환되고 있는 물류시장에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 지 알아 보았다.

<편집자 주>


■국내 기업들의 물류 자회사 소유 현황과 향후 진출 의지

삼성, LG, 롯데, 한화 등 대부분 대기업, 물류자회사 소유

우리 물류산업계에 최근 들어 중견그룹들을 중심으로 물류사업 강화 또는 신규진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4월 출범시킨 동부익스프레스 택배 차량

우선 물류사업을 새로운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키우겠다는 기업 군을 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포함해 동부그룹(사진), STX그룹, C&그룹, 동원그룹, 동국제강, 유진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최근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새롭게 표방하면서 한결같이 물류사업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50대 그룹의 물류 자회사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물류자회사 ‘삼성로지텍’을 시작으로 LG그룹의 범한 판토스, 하이로지스틱스,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비스, 롯데 그룹의 롯데 로지스틱스, CJ그룹의 CJ GLS, 신세계 그룹의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한화그룹의 한 익스프레스, 웰로스 드림파마, 한진그룹의 (주)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 두산그룹의 세계 물류, 하나로 택배, 동원그룹의 동원 로엑스, 동원택배, 현대그룹의 현대택배, 현대상선, 금호그룹의 한국복합물류, 아시아나 항공, 한솔그룹의 한솔 CSN, 동부그룹의 동부 익스프레스, 동아제약의 용마로지스, 유진그룹의 로젠택배, 한국통운, 한국 GW 물류 등 재계 상위권 에 속해 있는 대기업 중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밖에도 표현만 조금 다를 뿐 ‘물류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그룹을 살펴보면 STX그룹의 경우 대한통운 인수전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C&그룹 역시 해운물류를 바탕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금호, 현대중공업, GS 등 대한통운 인수로 시장 적극 진출

동국제강 역시 계열사인 국제통운과 동국통운 등을 중심으로 종합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농협, LS전선, 효성, GS그룹 등도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물류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SK그룹의 물류사업 진출 설은 본인들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진출이 초 읽기라는 의혹이 유효 하다는 인식이어서 대기업 = 물류기업 소유 공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국면이다.
 
이에 따라 시가 총액으로 100위권 기업 중 몇몇 공기업과 포스코, 코오롱과 금융그룹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조 및 유통그룹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물류회사를 소유하고 있거나, 향후 소유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물류산업 진출 배경과 함정

물류, 외형 매출 높고, 개선여지 많아 매력적으로 보여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물류사업 진출에 가장 큰 배경은 기존 사업의 한계로 새로운 성장 에너지 사업을 찾는 과정에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물류산업에게 귀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대외적으로 매출과 외형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게 해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여기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에 비해 물류 경쟁력이 훨씬 뒤처져 있어 개선의 여지도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밖에도 매출액 대비 물류비용이 높아 이를 줄일 경우 충분한 이익률을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여기에 물류산업 진출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사인 에이티커니 조상욱 부사장은 “국내 전체 3PL 규모는 약 70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공개된 경쟁을 통해 전문화된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며, “물량기반 물류기업과 자산기반 물류기업간의 상호 영역 침투가 어려워 실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 지는 시장은 10%에도 못 미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문제는 대기업 소유의 물류 자회사들이 그나마 자체적인 물류 합리화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현재의 상황은 모기업에서 지불하는 비용을 자회사가 다단계 형태로 잘라 먹는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사례의 경우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 = 물류자회사 소유의 물류서비스 환경 왜곡 현상이 다시 한번 증명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물류기업 UPS의 한국 지사장을 역임한 정명수 씨는 “유럽과 미국의 시장을 봐도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이 개별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북미대륙을 대표하는 종합물류기업 ups의 화물 분류 장면

포츈 500대 기업의 물류아웃소싱 비중을 살펴보면 1991년 38%에서 2004년 80%로 증가했으며, 미국의 3PL시장 역시 연평균 10.8%씩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제조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물량확보 기업과 서비스 기업 상호 영역침투 막아 폐쇄적 시장

한편 국내 제조산업의 생산 원가나 품질 경쟁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지만 물류산업은 투자 대비 개선 효과도 그만큼 커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향후  단순히 대기업 소유의 물류자회사를 통해 비용을 잘라 먹는 식의 아웃소싱은 한계를 보이며, 글로벌 화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자가물류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점진적으로 3자 물류 시장이 확대되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국내 물류산업 추이를 보면 “국내 상위 50대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자가물류(2PL) 영역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보이며, 위탁 시장의 접근은 더욱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고객들의 요구가 전통적으로 비용절감에만 초점에 맞춰지면서 A 대기업 자체 물량=A 대기업 물류자회사에게 아웃소싱하는 공식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시장에서 글로벌 물류회사 탄생은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역시 현재와 같은 시장구조가 변하지 않을 경우 별 뾰족한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물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구조 무엇이 문제인가?
대기업 물류자회사 소유, 물류 통합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
 
글로벌 물류시장을 북미와 유럽으로 나눠 볼 때 이들 시장은 적대적 M&A를 통해 대륙을 대표하는 물류기업 탄생으로 전세계 물류시장을 속속 점령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물류시장도 하루 빨리 규모화 된 물량과 재무 성과를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 출현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물량확보와 서비스 실행 역량 확보의 장벽이 구조적으로 가로 막혀 있어 이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그 벽이 바로 대기업이 소유한 물류 자회사라 따가운 지적이다. 대부분의 물류회사들은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대형 제조기업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역시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물량을 움직이는 제조기업들의 물류자회사가 속속 인증을 받아 이미 제도 그 자체에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한진의 신환산 3PL영업 담당 상무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화를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대부분이 물류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이를 통합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결국 규모의 경제와 맞춤 물류서비스 제공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면서 전문 글로벌 물류기업 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됨을 의미한다.

◇GM대우 인천 물류센터 전경. 해외 유수 제조회사의 경우 물류아웃소싱 비율이 70%에 이르는 등 물류자회사 소유가 거의 없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물류전문 자회사 글로비스, 신세계그룹의 자회사를 통한 택배사업 진출은 그룹 내 시너지 창출과 물류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 한다.

하지만 현실은 3PL 물류 시장이 여전히 물류 자회사를 통해 자체적인 물류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3자물류가 이와 같은 자가물류 시장에 대해 갖는 경쟁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우리 물류시장에서 고성장 물류 기업은 대기업 군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물류상위 15개 기업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운송업 전체 성장률 6.6%와 비교해 지난 5년 간 LG그룹 범한 판토스의 경우 61.76%, 현대차 그룹의 글로비스가 46.03%, 삼성전자의 삼성전자 로지텍이 45.16%가 성장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삼성로지텍, 현대차는 글로비스, LG전자는 범한판토스 등 특수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물류서비스를 맡고 있는 상황이다.

3PL 확대 대 명제지만, 현 구조 글로벌 기업 출현 어려워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운송, 물류산업 애널리스트는 “3PL 시장 확대가 기정사실로 보여지지만 3자 물류 시장의 수익성은 규모를 이룰 수 없는 구조로 기대보다 훨씬 낮아질 전망”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DHL 혹은 UPS와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 출현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들 급성장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 대부분이 운영하는 물량이 모기업 물량 없이는 운영이 안 될 만큼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출현을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무엇이 올바른 물류기업 육성 정책인지를 선택해 하루 빨리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업 키우기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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