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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사업 급물살'에 석탑·구석기 유적 등 수몰될 판

관련이슈 졸속 개발에 '歷史'가 사라진다

입력 : 2009-06-29 19:24:27 수정 : 2009-06-29 1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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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 보니
짧은 시간에 급하게 이뤄졌지만 이번 지표조사는 한민족의 주 생활터전이었던 4대강을 대상으로 이뤄진 첫 종합조사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알려진 유적들의 실태를 재조사했을 뿐 아니라 여러 유물산포지를 추가로 발견, 숨겨진 역사의 보물들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일부 유적은 그 내용과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급류에 휩쓸릴 가능성이 우려된다. A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을 건설하듯 추진하려는 게 문제”라며 “10명이 열흘 동안 하는 일이라면 100명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정을 정해 놓고 다발적으로 대규모 발굴작업을 완료하려는 발상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강=
김포대교 서쪽 신곡수중보에서 충주시 충주댐까지 총 5335만3500㎡, 173㎞ 지역에서 이뤄진 한강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는 총 402개의 유적과 유물산포지가 확인됐다. 그중 107곳은 제방과 제방 사이인 ‘제외지’에 속한 유적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여기에 제방 안쪽(제내지)이지만 500m 이내여서 공사 진출입로를 닦는다든지 배후시설을 건설할 때 공사로 훼손이 우려되는 유적은 총 402곳에 달한다. 조사단은 제외지로 국한할 때 34곳에서 시굴작업이 필요하며 24곳은 표본조사, 6곳은 분포확인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유물산포지 대다수는 아직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어 ‘유물산포지1’, ‘유적추정지1’ 등의 방식으로 구분된다. 그렇다고 이들 산포지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령 고양·김포·남양주가 포함된 한강1권역 지표보고서에선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 374-2 일대 유물산포지2를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기와편과 자기편 등을 확인했다. 구릉 일대를 중심으로 선사시대 생활유적이나 건물지 등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므로 향후 개발 시 시굴조사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개발사업에서 주목받는 곳은 경기도 여주 신륵사다. 강변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사찰은 전체 면적 1만856㎡ 중 944㎡가 제외지에 속한 상태. 보물 225호 다층석탑, 보물 226호 다층전탑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특히 성종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180호 조사당 등 목조문화재가 여럿이어서 보존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여주에 수중보가 설치돼 수위가 올라가면 신륵사 앞마당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사무국장은 “수중보 설치 시 지금보다 한강 물높이가 3m 정도 높아지는데 이렇게 되면 신륵사 쪽은 적게는 1m, 많게는 2m 정도 현재보다 물이 올라오며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 쪽은 이보다 더 많이 물이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강=전남 담양군 영산강 발원지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 총 3030만㎡, 212㎞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산강 지표조사에선 169곳의 유적이 확인됐다. 그중 4대강 직접 사업영역인 제외지에 속해 있는 유적은 48곳이다. 조사단은 169곳의 유적 중 26곳에서 시굴작업이 필요하며 18곳은 표본조사, 4곳은 분포확인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함평 월호리 고문진, 용호유물산포지와 나주 옥정리, 이산유물산포지 등을 발굴 필요성이 높은 곳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시·발굴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사적 제375호인 광주 신창동 유적도 일부가 제외지에 속해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

‘금천’ ‘금강’ 등으로 불린 영산강은 고려·조선시대 때는 세곡의 운송과 보관이 이뤄진 강. 내륙의 수로와 서남해 바닷길이 만나는 통로로 포구로 추정되는 지명만 180곳에 이를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도 나루터가 19곳이나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표조사 관련 자문위원회의에서 고고학자들은 옛항구, 수로, 접안시설, 조운창 등에 관한 확인조사와 발굴, 보존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백제 땅이었던 금강에선 부여·공주 일대에 많은 유물이 매장돼 있다. 조사 범위인 전북 진안군 용담면 용담댐에서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 하구둑까지 총 6101만8485㎡, 749㎞에서 450곳의 유적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제외지로 국한할 때 35곳을 시굴하고 7곳을 표본조사, 20곳을 분포확인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자료가 희귀한 백제 관련 유적 중 거의 유일하게 위치와 기록이 일치하고 많은 귀중 유물을 쏟아내고 있는 왕흥사지가 제방에서 160m밖에 안 떨어져 개발사업으로 인한 영향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공주 석장리 유적지대는 대부분이 제외지에 포함돼 있다. 수차례 발굴이 이뤄졌지만 2008년에도 한남대학교 사학과 학생들이 인근지역에서 새로운 구석기 유물을 수습했을 정도여서 주변지역에 대한 각별한 보존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밖에도 충북 청원군 노산리와 충남 연기군 원부용사지 역시 선사시대 유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낙동강=낙동강은 경남권과 대구·경북권으로 나눠 지표조사가 실시됐다. 경남권은 회천∼부산광역시 대저수문 지역으로 면적 5300만㎡, 길이 110.01㎞다. 이곳 제외지에서 나온 유적은 지상 문화재 7개와 유물산포지 62곳, 기타 유적 24곳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제외지로 사업영역을 정하면 이 중 12곳은 입회조사하고 6곳은 분포확인조사, 23곳은 시굴조사, 40곳은 표본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구·경북 구간인 안동댐 하류∼회천 합류점 지역은 면적 9415만㎡, 213.5㎞로 281곳의 유적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구미 예강리 유물산포지의 경우 계단식 경작 등 지형 훼손이 심한 것으로 보여 공사 시행 전 문화층 유무 확인을 위한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길이 70㎝, 너비 40㎝, 두께 30㎝ 되는 경북 성주군 동락리 비대석은 이전 보존하라고 권고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지표조사=해당 지역 내 유물의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땅 위에 드러난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육안으로 실시하는 조사.

시굴조사=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물의 분포범위·성격 등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유적 일부 땅을 시험적으로 파보는 조사.

발굴조사=지표조사를 통해 유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지역의 유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모든 땅속을 파보는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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