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적어…강화 등만 호우
9∼10월 1∼2개 더 올수도 2일 새벽 서해를 통해 올라와 강화도 부근에 상륙한 뒤 강원 고성 쪽으로 빠져나간 7호 태풍 ‘곤파스’는 여러 측면에서 ‘바람의 태풍’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 태풍은 전국에서 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를 불러오는 등 집중호우보다 강력한 바람에 따른 피해를 몰고 왔다. 북상하던 태풍은 중국에서 남쪽으로 이동한 제트기류와 합세해 속도를 더욱 높여 빠르게 한반도를 훑고 지나가 비를 뿌릴 틈도 없었다.
◆제트기류와 만나 속도 높여=기상청에 따르면 곤파스는 이날 정오쯤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시간 정도 일찍 기습적으로 상륙했다. 북상 과정에서 주변 바람을 적절히 이용해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보통 태풍은 중위도 지방으로 북상하면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이때 편서풍 영향을 받아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전날 밤부터 중국 북부지방에 머물던 제트기류(한반도 지상 8∼13㎞ 상공에 자리 잡은 초속 100m 이상의 강한 편서풍)가 남동진하면서 곤파스와 서해 중부해상에서 만나 속도를 높였다.
곤파스는 상륙하기 전인 1일 오후 9시 시속 34㎞로 이동하다가 자정 무렵 시속 38㎞, 2일 오전 3시쯤 42㎞로 더욱 속도를 높였다. 한반도 주변에서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북태평양고기압도 태풍의 빠른 이동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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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지붕막 인천시 관계자들이 2일 태풍 곤파스로 인해 지붕막이 파손된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
이날 오전 6시35분 강화 지역에 상륙했을 당시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36m에 달했으며, 같은 시각 서울에는 순간 최대 풍속이 21.6m에 달했다. 경기 수원, 충남 서산, 강원 홍천에서 각각 30.5m, 41.4m, 20.7m의 순간 최대 풍속을 기록해 해당 지역 관측개시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통 초속 15m의 강풍이 불면 건물 간판이 떨어지고, 초속 25m엔 지붕이 날아간다. 30m면 허술한 집이 붕괴하고 35m일 땐 기차가 넘어진다. 그나마 피해가 적었던 것은 곤파스가 북상하면서 강풍 반경이 줄어든 데다가 ‘강’ 수준이던 바람 강도도 상륙 직전 ‘중’으로 낮아진 덕이다.
강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태풍의 이동이 빨라지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수 지속시간이 짧고 산발적인 형태로 내렸기 때문이다. 강수는 주로 경기 북부와 북한 지방에 집중돼 150∼200㎜ 이상의 비가 내렸지만 서울과 인천 등 나머지 지역은 40㎜ 미만만 뿌렸다.
◆가을 태풍 1∼2개 더 올 수도=기상청은 앞으로도 ‘가을 태풍’ 1∼2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통 8월 중순 이전까지는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발생 조건은 좋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태평양 남쪽까지 확장하면서 대류 활동을 막아 태풍 발생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 태풍 발생 자체를 하강기류로 찍어 누르던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고 축소되면서 태풍이 빈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에 태풍이 자주 발생하지 않아 태풍이 형성되는 해역에 에너지가 많이 축적돼 있어 태풍 발달 가능성이 더 높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건상 올해 9∼10월에 태풍 1∼2개가 한반도에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9월 중순까지는 열량을 많이 받은 강한 태풍이 언제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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