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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고… 무너지고… 쓰러지고… 곳곳이 ‘쑥대밭’

입력 : 2010-09-02 23:36:03 수정 : 2010-09-02 23: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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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전철 ‘스톱’… 항공기 결항도 156만여가구 대규모 정전사태
공장건물·시청사 등 파손 잇따라…인천문학경기장 100억대 피해
농작물도 강풍에 ‘우수수’…수확 앞둔 농민들 깊은 시름
제7호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간 전국 곳곳에서는 각종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서울에서는 출근길 일부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교통대란이 발생했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가로수와 전주가 쓰러져 도로가 차단되고 항공과 여객 운항이 중단됐다. 수확을 앞둔 과수 농가는 과일이 강한 바람에 떨어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곤파스를 원망해야 했다.
◇출근길 발동동 국철 1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된 2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앞 도로에 차량이 몰려 주차장을 이룬 가운데 시민들이 버스정류장에서 속절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송원영 기자
◆강풍에 사상자 속출=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기 성남에서 현모(37)씨가 강풍에 부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맞아 숨지고 충남 서산에서 양모(80)씨가 인근에서 날아온 기왓장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등 전국에서 태풍으로 인해 5명이 숨졌다. 이외에도 강풍으로 간판이 떨어져 시민들이 봉변을 당하는 사고도 잇달아 병원 응급실마다 환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집에서 잠을 자다 창문 유리창이 깨져 다리에 파편이 박힌 환자가 있었으며, 나뭇가지에 눈이 찔렸거나 건물에서 떨어진 간판에 다리를 다친 이도 있었다.

◆지하철 일부 운행 중단… 교통대란=이날 오전 5시2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서울역∼경인선 인천역 구간 상·하행선 운행이 한때 전면중단됐다. 출근길 시민들은 버스와 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을 찾았으나 경인고속도로 등 간선도로에서 심각한 정체현상이 빚어지면서 대규모 지각사태가 발생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2호선과 4호선도 한때 운행이 중단돼 교통대란을 가중시켰다. 오전 5시26분 지하철 4호선 금정역∼오이도역 구간이 전기공급이 끊겨 불통이 됐고, 오전 6시20분쯤에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당산철교 위에서 멈춰 30여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28편이 무더기 결항됐으며 여객선도 제주∼목포 노선 등을 오가는 102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화부스 산산조각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 가게 앞 공중전화 부스가 강풍에 산산조각난 채 도로에 넘어져 있다.
송원영 기자
무너지고 쓰러지고… 도심 혼란=태풍이 몰고온 강풍에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인천 문학경기장에서는 바람에 지붕막 7개가 파손돼 100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서울 창덕궁의 천연기념물 제194호인 향나무 주 가지가 꺾였다.

예상보다 빠른 태풍 상륙으로 미처 대비하지 못한 수도권 공업단지 피해도 컸다. 경기 화성시 화남지방산업단지 입주업체 27곳 중 3∼4곳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강풍에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봤다.

이 밖에도 태안과 인천, 여수 등에서 선박 55척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거나 침수됐다.

지난해 11월 총 사업비 3222억원이 투입돼 호화청사 논란 속에 개청한 경기도 성남시 신청사의 외벽 천장 마감재도 강풍에 떨어져나갔다. 가로·세로 45㎝ 크기의 이 알루미늄패널은 주차돼 있던 차 유리로 떨어졌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성남시는 준공한 지 10개월도 안 된 건물이 부실시공된 의혹이 있다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곳곳 정전사태… 정부는 파악도 못해=정전사태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3시42분쯤 충남 태안지역 5만7500여가구 가운데 88%에 이르는 5만1071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대병원이 오전 6시2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전기공급이 끊겼고, 서울시 민원상담전화인 120 다산콜센터도 정전으로 운영이 일시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이번 태풍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56만7000가구의 전력공급이 중단됐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전 가구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6만2000여가구가 정전됐다고 발표했다가 상황이 거의 끝난 오후 5시가 돼서야 한전 집계를 인용해 156만7000여가구로 늘리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간판도 떨어지고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 건물에서 강풍을 견디지 못한 간판이 떨어진 채 시민들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이종덕 기자
◆농가 피해도 속출=태풍 곤파스는 가을 태풍답게 강한 바람을 동반한 채 상륙해 수확기를 앞둔 논·밭작물의 피해가 컸다.

호남과 충북 등지 논 607ha의 벼가 쓰러졌고 경기와 강원, 전남북과 충남에서는 과수원 1952ha에서 과일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 신정리에서는 딸기 비닐하우스 6동이 강한 바람에 파손됐고, 논둑 150m가 유실되는 바람에 비닐하우스 수십 곳이 파손됐다.

1000여 농가가 1311ha에서 배를 재배하는 천안지역은 낙과 피해가 10%에 달해 생산량도 지난해 3만4129t에서 올해는 3만여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용성·유태영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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