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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오인 사격 이어 총기 난사 … ‘풀릴 대로 풀린 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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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6 00:26:36 수정 : 2011-07-06 0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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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초병이 부대원에 총 쏘고 수류탄 터뜨려 자살 시도
19세 이병 총상 무릅쓰고 문밖으로 밀쳐내… 피해 줄여
사상자 실은 구급차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인천 강화군 선두리 해병대 2사단 해안 소초에서 4일 오후 사상자를 실은 구급차가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지난 6월17일 새벽 4시쯤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의 해병대 2사단 소속 경계병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북한 전투기로 오인해 K2소총 99발을 발사했다. 사격 당시 여객기는 초소에서 13㎞쯤 떨어져 있었고 K2소총 최대 사거리가 2653m여서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군 당국은 경계병이 보기에 항공기 불빛이 실제 거리보다 가깝게 느껴졌고, 항공기가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접근하는 것 같아 평소 훈련받은 대로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조사 결과 여객기는 정상 항로를 벗어나지 않았고, 당시 항공기 항법등 불빛을 식별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대공포 부대나 공군도 특이동향 보고를 받지 않아 경계병 판단 잘못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 조사 결과 해병대 초소에서 항공기 식별을 요청했지만 상급부대에서 전화를 받지 않아 일어난 오인 사격으로 결론났다. 긴박했던 14분간이나 군의 연락체계가 두절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천안함 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고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불과 20여일이 지난 4일 오전에는 항공기 오인사격을 한 해병2사단에서 어처구니없는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김모 상병이 생활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의 병사가 숨지고 가해자를 포함해 2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권 혁 이병(19)은 사고 당시 김 상병의 총기를 잡고 문밖으로 밀쳐내고 생활관 문을 안에서 잠갔다. 이 과정에서 권 이병은 오른쪽 대퇴부에 10㎝가량의 총상을 입었으나 그의 살신성인 정신으로 부대원들의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해병대는 전했다. 김 상병이 수류탄 파편상을 입어 진술이 불가능하다 보니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동안 총기사고가 없던 해병대에서 항공기 오인사격에다 총기 난사까지 겹치자 기강해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는 등 해병대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병사들의 피로도와 긴장도가 높아진 데서 비롯된 사고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고가 난 부대가 강화도 남쪽에 있기 때문에 피로도와 긴장도에 따른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개인적인 앙심 내지 동료들의 집단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저지른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사고를 조사 중인 헌병 관계자도 “김 상병이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꺼내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부대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것은 뭔가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사고 당일 소대장과 상담했으며, 숨진 권승혁(20) 일병에게 가장 먼저 총기를 발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일병의 사촌형 권욱(30)씨는 이날 “김 상병이 오늘(4일)도 소대장과 상담받으면서 ‘잘하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유가족을 대상으로 가진 브리핑 내용 일부를 전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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