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대북 물밑접촉' 관측…북한 태도 변화 주목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이라며 "북한과 대화의 일환으로 오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간단체에 의해) 결핵 관련 의약품이 보내진 것처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북한에 도발 중단 및 핵무기 개발 포기 등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면서 강력한 안보 태세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으로 대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시점도 절묘하다. 대북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취임후 첫 방한을 하루 앞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그간 북한의 위협에 대해 "도발이 발생한다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 "북한의 협박ㆍ공갈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것이 확고한 정부의 입장" 등의 강력한 원칙을 천명해 왔던 점에 비추어 '대화 제의'는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인도적 지원까지 거론하며 `유화 모드'로 전환한 데에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자칫하면 실행파일도 작동해 보기도 전에 용도폐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전임 정부에서 경색될대로 경색됐던 대북관계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며 출발한 새 정부의 성공 여부도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 '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지난 10일께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지만 하루가 지난 이날까지도 발사하지 않는 점도 이날 대화 제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속내가 '전면전 불사'가 아니라 한국이나 미국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고 나서길 바라는 일종의 `유인책'이라는 상황인식에 근거해서다.
박 대통령이 한발짝 물러선 상황에서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북한과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처럼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한편 박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조성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 움직임을 막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주한상공회의소 및 외국투자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대북 안보태세에 문제가 없는 만큼 동요하지 말고 국내 투자와 기업 활동에 전념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례적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배석시켜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불거진 안보불안 논란을 불식하는데 공을 들였다.
한편 박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과의 회동은 와인을 곁들여진 가운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들을 보고 싶어서 눈병이 날 뻔했다. 오늘 뵙기로 해서 설레더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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