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美8군사령관 지내
보병·포병학교 등 만들고 전후 4년제 육사 창설 기여
한국 재건·경제발전 이바지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 찾은 미국 버지니아주 렉싱턴의 버지니아군사학교(VMI) 내 마셜도서관은 한적했다.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이 남긴 기록물 102상자 중 한국 관련 31상자를 뒤지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그 사이 도서관을 찾은 방문객이라고는 학생 단체 관람객과 전쟁사를 연구하는 듯한 일행 3명이 고작이었다.
밴플리트 장군이 남긴 기록은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과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언록이다. 6·25전쟁 중 탄약 소모량을 치밀하게 계산한 도표 자료와 각종 비밀문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 정일권 장군 등과 주고받은 문서와 서신,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부터 평범한 여고생까지 다양한 한국 인사들과 나눈 편지….
선물 건네고…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1964년 8월19일 청와대를 방문한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오른쪽)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뒷줄 맨 왼쪽)이 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
웃음꽃 만발 박정희 전 대통령(맨 왼쪽)과 육영수 여사(왼쪽 두번째)가 1964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세번째) 가족과 밝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밴플리트 장군 옆에 서 있는 사람은 그의 손자와 며느리다.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에 따르면 밴플리트 장군은 태연하게 행사를 마친 뒤 백 장군과 다른 미 군단장들에게 “어제, 제 아들이 군산 비행기지를 떠나 폭격을 위해 북한으로 발진했는데… 행방불명 상태라고 들었다…”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잠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들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밴플리트 장군은 전후에도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49년 전에 만난 미래 여성대통령과 ‘한국군 아버지’ 1964년 8월19일 청와대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역사적 순간을 남겼다. ‘한국군의 아버지’와 미래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만남이다. 미국의 제임스 밴플리트(1892∼1992) 장군(맨 오른쪽)과 박근혜 대통령(앞줄 오른쪽 세번째). 12세 소녀는 미국 소년의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었다.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다. 6·25전쟁에 참전해 희생된, 밴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이 남긴 혈육이다. 전후 한국군 재창설에 기여한 밴플리트 장군과 머나먼 이국 전장에서 희생된 그의 아들의 혈육, 후대 ‘부녀 대통령’ 기록을 남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이 함께한 사진은 60년 한·미 동맹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49년 전 사진 속 ‘소녀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7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줄 왼쪽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밴플리트 장군의 며느리, 육영수 여사, 박근혜 대통령, 밴플리트 장군의 손자, 밴플리트 장군. 버지니아군사학교 마셜도서관 제공 |
렉싱턴(버지니아주)=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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