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표 정장차림에 수염 안 깎아 “격식 갖췄지만 투쟁의지 강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16일 3자회담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회담 시작을 15분 앞둔 이날 오후 2시45분쯤 전용차량을 타고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바지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대동한 채,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로 곧바로 본관 3층 국회의장실로 이동해 강창희 국회의장과 10분가량 환담했다.
김 대표는 흰색 셔츠에 감색 넥타이와 양복 차림으로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덥수룩한 흰수염은 깎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과의 회담이라 격식은 갖췄지만 40여일간 노숙 투쟁을 했음을 강조하려는 듯해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쟁 의지를 꺾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수염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담에 앞서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을 만나 “드레스코드에 면도하라는 말은 없어서 그대로 왔다”고 뼈있는 농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자회담은 시작부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두 발언에서 박 대통령이 “여나 야나 민생 최우선 입장은 같다”고 하자 김 대표는 “민주주의 훼손책임이 있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1시간의 예정시간을 30분 넘겨 90분간 진행된 3자회담을 마친 뒤 오후 5시쯤 양쪽에 두 대표와 나란히 걸으며 사랑재를 나섰다. 박 대통령만큼 김 대표의 얼굴은 밝지 않아 보였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악수한 뒤 정 사무총장 안내에 따라 차량에 올라 곧바로 국회를 떠났다. 국회 방문 2시간 20여분 만이다. 김 대표는 황 대표와 다시 사랑재로 돌아가 약 30분간 별도 회동을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3자회담 전 러시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베트남 순방 설명을 위한 박 대통령과 국회 지도부, 여야 대표의 ‘8인 회동’은 화기애애한 가운데 싱겁게 막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말미에 “세일즈 외교를 앞으로 계속, 많이 하게 될 때 국회에서 동반 외교협의체 같은 것을 구성해 여야 의원님들이 같이 가 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재홍·유태영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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