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을 둘러싼 입장부터 달랐다. 김 대표는 국내 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검찰에 넘기는 내용의 개혁안을 국회에 개혁특위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달랐다. 자체 개혁에 무게 중심을 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며 “개혁안이 만들어지면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했다.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시종 정치공세를 폈다. “민정수석실에서 채 총장을 압박, 사퇴시키려 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런 일은 없다. 민정수석실에서 사찰을 했다고 하는데 근거없는 일”이라고 되받았다. “공직자는 청렴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며 채 총장 사건이 공직자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민생 문제의 경우에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말하고,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말했다. 너무 달랐다.
3자 회담을 연 것은 파행 정치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려와 타협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첫손가락에 꼽아야 할 문제다. 한발짝씩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줘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선명성 경쟁에 강성 목소리를 높이는 김 대표, 사전 조율 절차를 생략한 회담 형식이 모두 문제다.
황 대표는 회담 후 “야당의 요구안 수용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3자 회담이 난국의 실타래를 풀지 못함으로써 꼬인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는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장외투쟁으로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며, 민생은 방치돼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정치권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끝없는 정쟁에 희생되고 있는 것은 힘겹게 불황을 이겨내고 있는 국민의 삶이다. 통큰 정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당이 국정을 함께 이끌어갈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설득이 모자랐다면 열번 백번 또 설득해야 하며,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장외투쟁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 민생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치권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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