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단독 소집 카드로 야당을 압박해온 새누리당과 극한대치가 불가피해졌다. 추석 연휴 전 정국 경색이 풀리기는커녕 기약 없는 국회 파행 등으로 되레 심화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높은 불신의 벽을 서로 확인한 채 헤어져 감정의 골은 회담 전보다 깊어지면서 대치 정국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는 3자회담 직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답은 없었다”, “기대 무망”이라는 말로 실망감을 토로했다. 앞서 회담에 배석했던 노웅래 대표비서실장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주고받은 대화를 소개했다.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것이 소신”이라는 박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의원들 사이에서 “뭐야”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을 대선 때 공개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에선 “한마디로 웃기시네”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소개가 진행되는 동안 헛웃음과 “거참”이라는 탄식도 쏟아졌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김관영 대변인이 전했다. “국민 기대와 달리 불통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사실상 회담 결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특히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박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우쳐 드리겠다”고 결기도 드러냈다.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서 “민주주의의 밤, 암흑의 터널,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이라고 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민주당이 3자회담을 실패로 평가한 만큼 강경파가 대여투쟁을 주도하면서 수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투쟁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호남 3선의 강기정 의원은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세게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추석 이후인 23일부터 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려 했던 지도부의 계획도 틀어졌다. 원내 관계자는 “10월 국정감사를 위해서는 본회의를 열어 국감일정을 확정하고 2주 전 상임위별로 자료를 요청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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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의 3자회담을 마친 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당내 강·온 갈등은 사실상 회담 결렬에 따른 격앙된 분위기 속에 잠재돼 있다는 관측이다. 여전히 강경파를 중심으로 김 대표의 회담 참석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검찰총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 3자회담을 거부했어야 했다”며 “박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들었다는 것을 성과로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향후 투쟁전략 수정 과정에서 강·온 갈등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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