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소집일인 이날 학생들은 평소처럼 오전 7시 50분까지 등교해 고사장으로 쓰일 교실을 청소하고 책상 서랍과 사물함 속 소지품을 비웠다.
시험이 코앞에 닥쳤다는 생각에 얼굴엔 긴장한 티가 역력했지만 학생들은 서로 안아주거나 손을 잡고서 '시험 잘 보자', '떨지 말자'라며 격려를 나눴다.
몇몇 학생들이 긴장감을 못 이겨 울음을 터뜨리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울지 말라며 달래다 함께 우는 모습도 보였다.
떨리는 마음을 떨치려는 듯 친구들과 장난치는 학생, 음악을 듣거나 문제집을 풀며 마무리 점검을 하는 학생, 책상에 엎드려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는 학생 등 수능을 준비하는 모습은 저마다 다양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학교 내 수녀원 성당에서 무사히 수능을 마치기를 기원하며 미사를 드렸다.
자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은 미사 내내 경건한 자세로 긴장되는 마음을 다스렸다. 큰 시험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는 듯 고해성사실 앞에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미사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이 밖으로 나오자 1, 2학년 학생들은 성당에서 3학년 교실까지 길 양쪽에 늘어서 손뼉을 치면서 '선배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응원가를 불렀다.
선배를 주려고 초콜릿을 준비해왔다는 이유진(18)양은 "선배들이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떨지 말고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담임교사가 교실로 들어와 학생을 한 명씩 호명하며 수험표를 나눠주고 유의사항과 시험장 위치를 안내했다.
같은 시험장을 배정받은 학생들은 서로 껴안고 환호했지만 집에서 먼 고사장을 배정받았거나 홀로 다른 고사장에 떨어지게 된 학생들은 울상을 지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담임교사는 "고사장 배정받은 학교에 꼭 미리 가서 지각하지 않도록 하고, 반입금지 물품을 꼼꼼하게 확인하라"며 다시 한 번 주의할 점을 일러줬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험표와 유의사항이 적힌 유인물을 들여다보며 실수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권지수(19)양은 "교과서와 EBS 위주로 공부했는데 문제가 여기서 나왔으면 좋겠다"며 "내일 친구들과 청계천에 놀러 갈 생각에 사실 떨리기보단 벌써 들뜬다"고 말했다.
고희재(19)양은 "실감이 나지 않고 평소처럼 모의고사를 보러 가는 것 같다"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
박소연(19)양은 "배정받은 고사장이 어디인지 잘 몰라 오늘 미리 가보려 한다"며 "영어와 과학탐구 과목이 걱정되는데 아는 것만 나왔으면 좋겠고 시험 끝나면 일단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3학년 5반 담임교사 임진경(30)씨는 "아이들에게 평소 하던 대로 떨지 말고 1교시만 무사히 넘기면 다 괜찮을 거라고 당부했다"며 "그동안 아이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결실을 보고 시험만 끝나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전부 마음껏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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