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한 직후, 배 안에서는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져가며 노력한 영웅들이 있었다.
선내 방송을 담당하던 세월호 승무원 고(故) 박지영씨는 침몰하던 세월호에 끝까지 남아 남은 학생들을 구조하는 데 힘썼다. 박씨는 "언니는 구명조끼 안입어요?"라고 묻는 여학생에게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들을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답한 뒤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구명조끼까지 양보하며 학생들을 대피시킨 박씨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대피 관련 안내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안산 단원고의 첫 사망자로 확인된 고(故) 정차웅(18)군은 위기의 순간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건네고 친구를 구하려다가 숨졌다. 정군은 평소 대학의 체육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등 꿈 많은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생존자들도 최선을 다해 승객을 구했다.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김홍경씨는 배가 기울어지는 30분 동안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 1층으로 던지고 학생들을 끌어올렸다. 김씨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바닷물이 허리에 차오를 때까지 남아 학생 20여명을 구조한 뒤 구명보트에 올라탔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보다는 "잠을 못자고 꼬박 샜다. 학생들이 계속 눈에 아른거려서…"라며 미처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걱정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segye.com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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