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태풍 더 세져… 슈퍼급 내습할 가능성 고조 제주도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태풍과 가뭄이 연달아 몰아치고 있다.
제12호 태풍 나크리에 이어 할롱이 세력을 넓히며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을 강타해 8000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태풍 하이옌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제주는 슈퍼 태풍인 나리(2007년), 볼라벤(2012년)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1∼3일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한라산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지난 2일 하루 윗세오름에 내린 1182㎜는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된 2002년 이후 하루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한라산 연평균 강수량 4분의 1의 비가 단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이에 대한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양상 중 하나로 강력한 태풍 발생을 지목한다. 특히 동북아 지역은 해수온도 증가폭이 다른 지역보다 커서 우리나라를 지나는 태풍이 이전보다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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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강수량이 증가하지만 강수일 수는 적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단시일 내에 폭우가 내린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기준에 맞춰 설계된 하천과 제방 등의 시설이 더욱 강력해지는 태풍을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제주시 4개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심이 물난리를 겪은 후에 해안에서 5㎞ 떨어진 한라산 중산간 4개 지역에 빗물 저장소인 저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번 나크리가 북상하면서 쏟아낸 폭우로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한천저류지가 만수 직전까지 차오르는 등 한계를 보였다.
제주토박이인 현승철(53)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장은 “제주도는 원래 빗물 투수층이 많아 자연적으로 물이 잘 빠졌고 초지(草地)에서 흡수도 잘해 어릴 때에는 폭우가 와도 침수되는 일은 없었다”면서 “그러나 도로건설 등 개발과 감당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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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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