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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속 고래' 국민연금] 국민연금 ‘준비없는 고갈’땐 재앙

입력 : 2014-08-10 18:47:45 수정 : 2014-08-10 23: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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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투자금 GDP의 절반에 육박
2043년부터 기금 본격 고갈…자산 회수땐 국민경제 치명상
대표적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이 예정돼 있다. 2060년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대다수 국민의 노후를 지탱해 줄 사회보험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것인데,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그보다 훨씬 전에 발생할 전망이다. 기금이 줄면서 국민연금발 충격이 한국 경제의 중대 위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다. ‘고래’ 같은 국민연금이 ‘연못’ 같은 국내 금융시장을 가득 채웠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발생할 충격이다.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금융시장 붕괴’, 나아가 ‘국민경제 붕괴’ 가능성마저 걱정하고 있다.

1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5월 말 44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428조3000억원)의 30.9%에 달한다. 이 중 80%에 육박하는 350조7000억이 국내 자산시장에 투자돼 있다. 이미 GDP의 24.5%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 자산시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자산 구성을 보면 채권 244조3000억원(전체 운용기금 중 55.3%), 주식 85조9000억원(〃19.4%), 대체투자 20조5000억원(〃4.7%)이다. 대체투자란 부동산·인프라·벤처투자처럼 고위험·고수익 특성의 투자를 말한다.

향후 약 30년간 국내 자산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금 규모가 급증세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금 규모는 2020년 847조원으로 지금의 두 배로 뛰는 데 이어 2030년 1732조원, 2043년 2561조원으로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 비율도 2020년 39.3%, 2030년 47.8%로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2043년까지 지속되는 것인데 이는 안전판일 수 있지만 거꾸로 시장 왜곡 등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43년 이후다. 기금은 2043년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해 17년 뒤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간 국민연금의 자산 매각 충격이 국민경제를 강타할 전망이다. 한국연금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2040년 이후부터는 국민연금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금융시장을 빠져나가면서 국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발 충격 우려는 정부와 학계에 이미 퍼져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똑 부러진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시장 지배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외시장으로 투자 기회를 확대하겠다”(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정도인데, 기금 증가 속도로 볼 때 국내시장 지배력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거대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나 문제는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 관계자는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딱히 논의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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