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세계일보 기자와 만난 최병관(64) 작가는 만나자마자 갯벌 자랑으로 운을 뗐다. 최 작가의 갯벌 사랑은 유별나다. 그의 작품엔 갯벌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검은 갯벌 가운데에서 노다지를 캔다. 노다지란 금이 아니라 주옥 같은 자연환경 사진을 캐낸다는 얘기다. 값으로 따져도 훌륭한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특히 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더불어 그의 환경 사진전은 더욱 빛을 내고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사진 작가로서 최 작가의 비범함이 묻어난다는 평이 벌써 나온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기념해 15일부터 사진전 ‘갯벌이 신비로운 인천’을 여는 최병관 작가는 ‘갯벌은 자연환경의 노다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생물다양성이 확보된 갯벌을 무분별하게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
널찍한 공간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전시되는 대형 사진만도 55점이다. 국제적인 매머드급 사진전에 걸맞은 규모이다. 최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사진전은 모두 4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제1섹션은 ‘갯벌이 신비로운 인천’ 주제로 구상 25점이다. 제2섹션은 ‘숨겨놓은 숨결’로 비구상 13점이다. 제3섹션은 ‘갯벌 위 인천대교와 송도’로 7점, 제4섹션 ‘사람과 갯벌의 공존’ 10점 등으로 이뤄진다.
최 작가가 관심을 가져온 주제는 평화, 꽃, 거미줄 등 25개 분야였다. 그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가 ‘갯벌’이다. 그는 “내 고향이 소래여서 갯벌을 품고 살아왔기 때문에 갯벌 사진을 많이 찍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갯벌은 삶의 터전이고, 내 어릴 때 청정한 자연의 놀이터였다”고 했다.
“인천 갯벌은 한반도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입니다. 세계 멸종위기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아름다움이) 확실히 입증된 것 아닙니까. 갯벌은 곧 천년의 자원이고, 관광자원화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중동 국가들이 모래 사막에서 오일을 캐내 부자나라로 살아가는 것처럼 인천 갯벌은 지구가 소멸되지 않는 한 영원하므로 오히려 갯벌이 중동의 오일보다도 더 값지고, 소중하게 인식될 날이 올 것입니다.”
최 작가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연의 황폐화인데 아직도 생물다양성이 확보된 갯벌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지인들이 막무가내로 갯벌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최 작가는 상기된 낯빛으로 비판했다.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갯벌에 들어가 무차별로 생물을 채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칫 살아있는 갯벌을 밟아 돌덩어리로 만들 수 있고, 결국 갯벌은 신음하다가 죽어서 생물이 살 수 없게 되므로 가능한 한 눈으로 감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또 “어느 해인가 순천만으로 날아오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들판의 전봇대를 모두 뽑아낸 것을 봤다”면서 “시민들의 협조도 대단했지만 시장의 용기와 자연에 대한 높은 관심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자연보호 의식의 고양을 강조했다.
최 작가는 “인천의 갯벌은 순천만 갯벌과는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고, 시가 적극 지원할 경우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뛰어나 매우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천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환경대회’를 내건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했다고 평했다. 최 작가는 “인천이 향후 2개의 축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해야 하는데 하나는 콤팩트 스마트시티, 또 하나는 생태환경도시”라며 “이번에 인천아시안게임 때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45개 회원국 3만여명이 입국하는 사건을 계기로 인천이 생태환경도시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이 ‘생태환경 도시’라고 인식할 만한 내용이 빈약한 게 사실”이라면서, “순천만에서는 습지를 활용한 해양공원을, 대천은 머드팩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처럼 인천 역시 염생식물이 잘 자라고 희귀 철새들이 잘 모이는 환경을 십분 활용한다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작가는 사진만 찍은 게 아니다. 그동안 인천의 생태공원 보존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소래생태공원 30여만평을 조성하는 데도 앞장섰다. 그동안 ‘155마일 휴전선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나닌다. 이번 환경사진전을 계기로 ‘갯벌 작가’ 혹은 ‘환경 작가’라는 또 하나의 이름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진전을 계기로 나는 전 세계 2000∼3000마리뿐이 없다는 멸종위기 저어새를 모두 인천의 갯벌로 모여들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만약 전 세계 저어새를 인천으로 불러 모으면 인천은 최고의 환경도시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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