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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칼럼] ‘극우파 서사’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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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9 23:18:29 수정 : 2025-02-09 23: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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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력사태 빌미 삼아
탄핵반대 시민을 ‘극우’로 낙인
보수진영 전체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편가르기 이젠 멈춰야

이제 대한민국은 극우파가 득세하는 나라이다. 이들은 내란과 폭력을 선동하는 세력이다. 12·3 계엄과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이들을 일깨웠다. 대통령 체포 국면에 조직화되었고,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거쳐 폭력집단으로 거듭났다. 나의 가치 판단이 아니다. 언론이 만들어 낸 서사이다. 프레임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극우의 깃발을 치켜든 이들은 우리가 아는 대로다. 여당 윤상현, 김민전 의원, 친윤 세력, 전광훈 목사, 그리고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대통령 자신이다. 허겁지겁 일타강사 전한길이 합류했다. 물론 당사자는 극구 부인한다. 잘 짜인 서사 같다. 소수의 준동이었지만,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영리하게 엮었다. 하지만 어딘가 께름칙하다.

극우는 누구인가? 유럽에선 반이민, 반이슬람, 반EU를 외치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미국의 경우 의회에 난입한 폭력 무리가 떠오른다. 이들을 ‘사주한’ 트럼프가 소환되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극우 인물을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본래 극우는 소수자를 배척한다. 민주적 절차와 보편주의를 거부한다. 지성인과 엘리트를 혐오한다. 미디어 불신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경우 혐한 시위대를 떠올리면 된다. 소수 인종에 대한 혐오를 일상으로 삼는 자들이다. 이들은 역사 왜곡도 밥 먹듯 한다. ‘힙한’ 우익들은 인터넷을 놀이터로 삼는다. 그러니 ‘넷우익’이란 별칭도 붙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반중 정서가 표출된 건 맞다. 하지만 극우 세력이 이민자를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한 증거는 없다. 중국인이 우리의 보안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하고 유유히 사라진 건 팩트이다. 소수자를 조직적으로 차별하지도 않았다. 난민을 반대하는 건 이들 극우가 아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한다. 난민을 반대하는 다수가 극우는 아니다. 인종 우월주의를 표출한 정황도 없다. 극렬 세력이 폭력을 동원한 건 맞다. 하지만 이들 뒤에 조직적 배후가 있다는 증거는 빈약하다. 보수 유튜버가 폭력을 부추겼다는 주장은 그저 주장에 불과하다. 극우파가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고 보편적 가치를 저버렸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극우파 서사가 진실이라면, ‘극우 정당’ 국민의힘이 지지도 1위를 탈환할 리 없다. 국민의 40%가 탄핵 반대를 지지할 리 없다.

탄핵에 반대하는 2030 보수 남성들은 눈 떠보니 ‘극우’가 되었다. 이들이 극우라는 언론의 의심은 서부지법 폭동이 터지자 확신으로 변했다. 이를 뒷받침할 이론은 이미 검토를 끝냈다. ‘더닝 크루거’ 효과가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공부 좀 하라는 조롱이다. 타깃은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진 젊은 남성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무식해서 탄핵을 반대한 게 아니다. 공부하고, 고뇌하다 이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한 거다. 누가 이들을 냉장고에 가두려 하나? 내가 더 많이 공부했노라 뻐길 참인가? 이들을 외로운 늑대나, 여성을 질투하는 루저쯤으로 규정하는 순간, 이들은 투사가 된다. 갈등과 분열이 시작된다.

극단이라는 말에 끌리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극우’에는 가차 없지만, ‘극좌’에는 관대하다. ‘극좌’의 폐해는 우리가 이미 경험한 대로다. 노골적인 자기 편들기와 편향성, 음모론의 양산, 이 정치 기획은 좌에서 시작되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원조는 보수 정치인 황교안이 아니라, 진보 언론인 김어준이다. 유시민은 김어준을 진정한 저널리스트로 치켜세웠다. 진보 언론의 편향이 진정한 정의라며 선동했다. ‘~카더라’ 음모론을 밥 먹듯 하고, 교조적 마르크스주의로 보수 언론인 모두를 자본과 권력의 부역자로 치부하는 인물들, 이들이 ‘극좌’가 아니면 대체 누가 극좌인가.

극우파 서사의 기능은 명확하다. 보수진영 전체를 낙인찍는 것이다. 동시에 진보진영의 도덕적 우월감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알고 서사를 생산했다면 차라리 낫다. 다만 김빠진 이론에 긴장감을 채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 이를 모르고 그랬다면 당장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 그럴듯한 서사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다.

민주 공화국은 좌와 우의 견제와 균형으로 지탱한다. 어느 쪽을 붕괴시키려 한들 헛수고일 뿐이다. 불법적 계엄을 진두지휘한 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다. 민주시민을 악마화하는 오류에 빠지지 말자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면서, 되레 분열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점, 사상누각 같은 극우 서사를 바라보며 우리가 취할 교훈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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