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죽음을 들여다본 결과 역시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많았고, 학력이 낮거나 혼자 산 이들이 많았다. 무관심과 소외의 사각지대에서 원인 미상 사망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다. 원인 미상 사망자 79.7%(2만2975명)는 의료기관 바깥에서 사망했다. 전체 사망 인원(26만7221명) 중에서 의료시설 내 사망이 70.1%(18만7253명)인 것과 반대다.
‘병원 밖 사망’에는 주치의에 의한 사망진단서 대신 시체검안서가 쓰였을 가능성(박스기사 참조)이 크다. 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쓰기 마련인 시체검안서는 사인이 ‘심박정지’ 등으로 불명확할 가능성이 크다.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원인 불명 사망 비율을 비교한 결과 부산(6.4%), 울산(7.2%), 세종(7.7%)이 가장 적었다. 부산과 울산은 이례적으로 검안서 작성에 전문성이 있는 법의학자가 민간 법의의원을 차려 검안서 대부분을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전체 원인 불명 사망자 수가 적어진 것이다.
왜 죽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묻힌 이들은 소외계층일 가능성도 컸다. 전체 사망자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47.5%(12만6998명)이었지만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33.3%(9599명)만 남편·부인이 있었다. 학력에서도 전체 사망자 중 57.7%인 무학·초등학교 학력자 비중은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69.4%로 늘어났다. 소외계층은 죽은 후에도 사망 원인이 불명확하게 마무리되는 서러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원인 불명 사인에도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노쇠’(51.8%·1만4946명)다. 고령층이 병원 밖에서 사망하면 전신 기능 쇠약으로 인한 노쇠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실상 ‘노인이라서 뚜렷한 사인을 알 수 없거나 알 필요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선 친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흔한 만큼 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다른 원인 불명 사인에는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 불명의 사망 원인’(15.8%·4536명), ‘급성 심장사로 기술된 것’(7.1%·2043명),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람’(6.1%·1753명), ‘원인 미상의 기타 급사’(3.5%·1014명)가 뒤따랐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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