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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한국, 원인불명 사망률 OECD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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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4 19:33:24 수정 : 2014-09-15 11: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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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규명 대충… 사망자 10% 이상이 불명확
부실한 검시 시스템 탓… 사후 인권 강화해야
대한민국은 사인불명의 나라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한 해 사망자 10% 이상이 ‘원인불명’으로 사망처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원인불명 사망률 1위’다.

이는 국민의 마지막 인권을 지키는 검시체계 전반에 걸쳐 사망진단서 부실 발급, 검안·부검 체계 혼선 등 그야말로 적폐가 정치권 무관심, 부처 칸막이 속에 방치됐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근대국가 국민복지의 최종 목표가 우리나라에선 표류 중인 것이다.

사인 규명은 인권 보호와 보건·사회 발전의 중대 과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통일된 기준으로 사인(死因·death cause)을 분류하는데 최대 1만2000여개 항목으로 나뉜다. 이 같은 상세한 기준에 따라 모든 사망자는 의사의 사망진단 또는 시체검안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사인 불명은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일보가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 등에 기초한 통계청 2012년 사망원인통계 원자료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지침서 기준으로 재분석한 결과 사망자 26만7221명 중 2만8838명(10.8%)의 사인이 불명확했다. 이는 ‘분류기호 R코드’인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증후에 의한 죽음’ 2만5016명에 급성심장사, 상세불명의 심장정지 등 기타 불명확한 병태에 의한 사망을 더한 결과다.

만약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민 사망원인 순위에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빠지는 ‘원인불명’을 넣으면 암(7만3759명)에 이은 국민 제2의 사망원인이다.

빈부 격차는 죽음에도 예외가 없었다. 원인 불명 죽음을 들여다본 결과 역시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많았고, 학력이 낮거나 혼자 산 이들이 많았다. 무관심과 소외의 사각지대에서 원인 미상 사망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인 미상 사망자 79.7%(2만2975명)는 의료기관 바깥에서 사망했다. 전체 사망 인원(26만7221명) 중에서 의료시설 내 사망이 70.1%(18만7253명)인 것과 반대다.

‘병원 밖 사망’에는 주치의에 의한 사망진단서 대신 시체검안서가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망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의사가 쓰기 마련인 시체검안서는 사인이 ‘심박정지’ 등으로 불명확할 가능성이 크다.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원인 불명 사망 비율을 비교한 결과 부산(6.4%), 울산(7.2%), 세종(7.7%)이 가장 적었다. 부산과 울산은 이례적으로 검안서 작성에 전문성이 있는 법의학자가 민간 법의의원을 차려 검안서 대부분을 꼼꼼히 작성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 전체 원인 불명 사망자 수가 적어진 것이다.

왜 죽었는지 밝히지 못하고 묻힌 이들은 소외계층일 가능성도 컸다. 전체 사망자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47.5%(12만6998명)이었지만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33.3%(9599명)만 남편·부인이 있었다. 학력에서도 전체 사망자 중 57.7%인 무학·초등학교 학력자 비중은 원인 불명 사망자 중에서는 69.4%로 늘어났다. 소외계층은 죽은 후에도 사망 원인이 불명확하게 마무리되는 서러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원인 불명 사인에도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노쇠'(51.8%·1만4946명)다. 고령층이 병원 밖에서 사망하면 전신 기능 쇠약으로 인한 노쇠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실상 '노인이라서 뚜렷한 사인을 알 수 없거나 알 필요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선 친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흔한 만큼 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다른 원인 불명 사인에는 '기타 불명확하고 상세 불명의 사망 원인'(15.8%·4536명), '급성 심장사로 기술된 것'(7.1%·2043명), '지켜본 사람이 없었던 사람'(6.1%·1753명), '원인 미상의 기타 급사'(3.5%·1014명)가 뒤따랐다.

선진국은 대체로 원인불명 사망률이 낮다. 세계일보가 OECD 사망원인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R코드로 분류된 원인불명 사망자수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100.4명, 2011년 90명, 2012년 85.8명으로 연속 1위였다. 다른 나라는 2010년 기준 포르투갈 81.8명, 그리스 80.3명, 폴란드 71.1명 등이 많고 일본 30.3명, 독일 23.3명, 스페인 20.2명, 영국 14명, 미국 12.5명, 캐나다 7명, 호주 3.9명 등이다.

원인불명 사망이 많다는 것은 보건이 나쁘거나 사인을 밝히려는 국가·사회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WHO는 “원인불명 죽음 뒤에는 진짜 사인이 숨어있다”며 ‘65세 미만 사망자는 R코드 사인 비율 5%, 65세 이상은 10% 이하’를 상한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미만 5.7%, 65세 이상 10.8%로 이를 초과한 상태다.

원인불명 사망자가 많은 건 부실한 검시체계 때문이다. 이를 연구한 구향자 통계청 통계실무관과 이태용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 논문에서 “분석 결과 불명확한 사망원인의 요인으로 검시제도가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 선정됐다”며 인우증명 폐지, 검시대상 사망종류의 명문화, 시체검안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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