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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화려한 상장… 삼성 지주사 전환 탄력받나

입력 : 2014-12-18 20:44:05 수정 : 2014-12-19 0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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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공모가 두 배 넘겨 11만3000원 마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제일모직의 상장은 단순히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마지막 대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의 정점에 서 있는 핵심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속에서 ‘이재용의 삼성’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도 지주회사 체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초 재계와 증권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건설·중화학 계열사를, 이서현 사장이 패션·광고계열사를 각각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등 화학계열사를 한화에 전격 매각하면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설이 나오는 이유는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가 3세들의 지배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삼성가 3세 가운데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뿐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지분도 0.57%에 불과해 의미 있는 지배권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정점에 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오너 일가, 특히 이 부회장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제일모직은 현행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으면서도 이건희 회장 일가 지분율이 가장 높다. 이 부회장이 23.24%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각각 7.75%, 이 회장이 3.45%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무려 42.19%에 이른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핵심 순환출자 구조 속에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7.21%를 보유 중인 삼성생명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이런 지분구조 덕분에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전자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제일모직 합병→삼성 지주사 출범 순으로 후계구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실제 이날 제일모직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삼남매는 5조8999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둬 ‘실탄’도 확보했다. 이는 이들 삼남매가 제일모직에 투자한 전환사채(CB) 매입액 81억원의 733배에 달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급증하면서 단숨에 상장 주식 부자 2위에 올랐다.

삼성 측은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막대한 비용에다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들었다.

결국 지주사 전환은 장기과제로 남겨두고 당분간 삼남매가 각자 계열사와 사업부문을 관장하면서 일정 기간 계열 분리를 하지 않고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도 조짐은 속속 감지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생명 주식 12만주(0.06%)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다 7년 만인 지난달 삼성전자는 2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에 제한을 받지만 삼성전자가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한 뒤 자사주를 투자회사에 귀속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제일모직은 상장 첫날 공모가(5만3000원)의 두 배가 넘는 1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5조2550억원으로 KB금융을 제치고 단숨에 13위에 올랐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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