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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무관심…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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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8 18:58:18 수정 : 2014-12-29 1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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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봉사자·추모객, 매서운 칼바람 속 자리 지켜
1월 8일 인양 여부 현장조사, 참사 이후 대책들 현재 진행형
저물어가는 올해 온 국민은 다시는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의미에서 밤하늘 별의 궤적을 촬영했다. 16㎜렌즈, 셔터스피드 30초, 조리개 F6.3, 감도 600으로 두 시간 동안 1초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했다.
진도=김범준 기자
2014년의 키워드는 ‘세월호’였다.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정부·기업의 책임과 윤리, 우리 사회·경제의 ‘회복탄력성’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참사였다. 4월16일 세월호를 삼켰던 진도 앞바다에는 여전히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린다.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 이들을 버티게 하는 자원봉사자와 추모객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벌써 세월호를 잊었는가?”

28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몰아치는 매서운 칼바람은 생사 확인도 못한 실종자 9명의 울음을 웅변하는 듯했다. “불과 얼마 안 되는 거리의 차디찬 바닷속엔 아직도 꽃다운 우리 애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잠겨 있다니….” 한 유가족의 개탄이 기자의 뒤통수에 꽂힌다. 사고 당시 6살 조카를 잃은 권오복(60)씨는 “연말이니, 새해니 떠들썩하지만 팽목항은 모든 게 멈춘 상태”라며 “정부나 언론의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근 서망항에서 한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글이 적힌 노란색 종이배를 바다에 띄우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세인의 기억에서 옅어지고 있지만 결고 잊어선 안 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으로 지적된다.
진도=김범준 기자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의 아버지는 간간이 고개를 들어 먼 바다를 본다. 수습 작업이 중단되면서 이곳에는 채 20명이 안 되는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남아 있다. 조립식 주택 10채가 덩그마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종자 3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의료진과 119구급대, 상황실, 가족 회의실 등은 철수하거나 문을 닫았다. ‘세월호 인양을 촉구한다’, ‘함께 기다리겠다’ 등의 구호를 담은 팽목항 방파제 현수막들이 거친 바람에 나부낀다. 이들이 적막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세월호의 아픔이 잊혀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 간혹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들, 아직도 안산과 이곳을 오가는 세월호 유족들은 그래도 서로에게 ‘힘’이자 ‘희망’이 된다. 방파제 끝에 3.5m 높이로 세워진 빨간색의 ‘하늘나라 우체통’은 상징적이다. 우체통은 살아 돌아오길 염원하는 가족들의 절실함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이미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세월호 유족들 다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에게 힘을 주겠다”고 했다.

새해에는 세월호 인양 문제가 본격 논의된다. 내달 8일부터 세월호 인양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정부 현장조사가 시작된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도 내달 출범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진 정부 대책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월호가 남긴 슬픔과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국가안전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2015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소망이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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