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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련꽃 그늘 아래… 천년고도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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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9 19:21:52 수정 : 2015-04-10 15: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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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의 봄   
천년고찰 불국사의 가장 깊은 곳에 소박한 작은 불당인 관음전이 있다. 불당을 둘러싼 수십 그루의 목련들이 관음보살처럼 인자한 자태로 여행객들을 맞는다.
추위가 닥치기 직전 솜털 보송보송한 꽃봉오리를 피워 가지 끝에 매단 채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우리가 익히 아는 하얀 꽃을 피워낸다. 우리가 봄에 만나는 목련꽃은 사실 긴긴 겨울을 이겨낸 인내의 결실인 셈이다. 그 끈질긴 생명력에서 시인은 봄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목련에서 느끼는 기품과 숭고함도 그 생명력이 원천이다. 

천년고찰 불국사의 가장 깊은 곳에 소박한 작은 불당인 관음전이 있다. 불당을 둘러싼 수십 그루의 목련들이 관음보살처럼 인자한 자태로 여행객들을 맞는다.
그렇기에 목련은 봄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많은 이들 기억에 잊을 수 없는 봄꽃으로 남아 있다. 4월이 더 깊어지기 전에 목련을 만나기 위해 천년고도 경주로 향했다. 이 시기 경주는 도시 곳곳에 피어나는 목련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그중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장소에 목련 명소가 있는데 바로 불국사다. 목련꽃은 화려한 대형 사찰인 불국사에서 가장 소박한 장소에 피어 있다. 
 
청운교, 백운교, 다보탑, 석가탑 등 묵직한 명성을 가진 불국사의 상징물들을 지나 절의 가장 깊숙이 있는 작은 불당 ‘관음전’이 그곳이다. 
불국사에서 가장 높은 곳인 관음전에서 내려다본 불국사. 하얀 목련이 천 년 고찰과 어우러지며 멋진 봄의 풍경을 완성한다.
이 불당을 쭉 둘러싸며 수십 그루의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관음전은 남쪽 바다 높은 산에서 중생들을 내려다보는 관음보살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불당보다 한껏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불국사에서 가장 높은 곳인 관음전에서 내려다본 불국사.
 
불국사에서 가장 높은 곳인 관음전에서 내려다본 불국사.
겨울을 버텨낸 무게만큼 꽃잎이 무거운 목련도 관음보살과 함께 불국사를 인자하게 내려다본다. 관음의 대자대비함과 목련의 기품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채 천 년을 이어온 절집을 걷는 것은 이 시기 경주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목련터널. 마침 봄소풍으로 이곳을 찾은 어린아이들을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부드럽게 내려다본다.
불국사에서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또 다른 특별한 목련 명소를 만날 수 있다.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이다. 그곳에선 봄 벚꽃처럼 거대한 터널을 만들며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여행객을 반긴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목련터널.
이곳의 목련은 중국이 원산지인 다른 목련과 달리 우리 땅이 원산지인 산목련이다. 함박꽃이라고도 불리는 산목련은 꽃 한 송이로만 봤을 때는 큼지막한 일반 목련보다 꽃이 작고 소박하다. 하지만 함께 어우러져 필 때는 더 화려하다. 마치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보는 듯 함께할 때 더 아름다운 산목련을 바라보며 호젓한 길을 걷는다. 우리나라 산림을 연구하는 연구소인 만큼 이곳은 산목련 외에도 수많은 꽃나무와 들풀들이 가득하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목련 철이 아니더라도 들러볼 만하다.

초록빛 왕릉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는 기막힌 풍광으로 봄 경주의 ‘스타’로 떠오른 대릉원 목련.
불국사와 산림환경연구원 산목련길이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감상하는 곳이라면 대릉원은 딱 한 그루의 ‘스타’ 목련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대릉원 입구의 모습. 대릉원은 왕릉을 둘러싸며 이어지는 화려한 벚꽃길로 이름 높은 곳이다. 하지만, 왕릉의 안주인은 소박한 목련이다.
천 년 동안 경주를 지켜온 천마총, 황남대총, 미추왕릉 등이 모여 있는 고분군인 대릉원은 왕릉을 쭉 둘러싼 화려한 벚꽃길로 이름 높은 명소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왕릉의 기품에 어울리는 목련이 곳곳에 심어져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 왕릉의 구릉 사이로 덩그러니 솟아있는 한 그루의 목련이 주변 경관과 기막히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이 나무 한 그루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경주를 찾을 정도다. 초록빛이 막 솟아나는 왕릉과 푸른 하늘, 하얀 목련이 만들어내는 색의 삼중주로 그 광경은 오랫동안 기억을 떠나지 않는다. 
대릉원 바로 옆에 위치한 첨성대와 목련.
대릉원 목련은 낮에도 좋지만 야경으로 더욱 유명하다. 대릉원 바로 옆에는 한국인이라면 너무나 친숙한 첨성대가 있다. 

그곳의 목련도 첨성대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낮에는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해가 지면 시원한 밤 공기를 맞으며 봄 경주의 스타들을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경주=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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