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기 이야기] 해군 최초 잠수함 209급 '장보고함'

<23> 해군 함정 ⑩ 장보고급 잠수함…전력 증강·잠수함 인프라 구축 크게 기여

“한국 조선소 요원들이 잠수함을 제대로 건조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국 해군 승조원들은 잠수함을 잘 다룰 수 있을까?”

1980년대 초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던 우리나라 해군과 독일의 잠수함 제작업체 하데베(HDW)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근심거리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돌고래급 잠수정을 개발했지만 잠수함의 핵심기술은 일천했고 운영능력은 백지 상태에 가까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1990년대 도입된 ‘장보고급’ 잠수함은 군 전력증강은 물론 국내 조선업계의 잠수함 인프라 구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1987년 12월 국방부는 잠수함 3척 도입을 결정하고는 해외업체들을 대상으로 구매 기종 검토에 착수했다. 후보에 오른 기종은 독일의 209급, 프랑스의 아고스타급, 이탈리아의 사우로급 잠수함이었다. 군은 1970년대 돌고래급 잠수정 개발에서부터 파트너로 협력해오고, 가격경쟁력과 신뢰성도 높은 독일의 209급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1번함인 장보고함이 1988년 8월 제작사인 독일 HDW 조선소에서 건조되기 시작했다. 해군은 본격적인 잠수함 운영을 위해 부사관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승조원을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된 승조원 54명은 31개월 동안 국내외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잠수함 관련 기술을 익혔다.

전력화를 앞두고 모든 훈련을 끝마친 장보고함이 1993년 5월 화물선에 실려 한국에 도착했다. 이후 1992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된 2번함 이천함을 필두로 2001년 9번함 이억기함에 이르기까지 9척의 장보고급 잠수함이 해군에 인도됐다. 장보고급 잠수함의 도입으로 해군과 국내 조선업계는 일대 전환기를 맞이한다. 해군은 2번함 이천함과 3번함 최무선함이 건조되던 시기에 변변한 훈련시설이 없어, 제작이 일시 중단되는 식사시간에 맞춰 훈련을 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열악했지만 1993∼1995년 초까지 교육훈련대, 수리창, 보급소 등을 건설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는 1995년 10월 제9잠수함 전단을 창설해 본격적인 전력 증강의 초석을 다졌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장보고급 잠수함은 환태평양 각국 해군이 참가한 ‘림팩 훈련’에서 미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등 가상 적군의 함정을 격침시키며 참가국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27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000t급 중형 잠수함인 `장보고-Ⅲ` 건조 시작을 알리는 강재 절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그동안 유럽업체의 전유물이었던 잠수함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장보고급 잠수함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일종의 구상무역)으로 아시아에서의 209급 잠수함 창정비 자격을 얻은 덕분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잠수함 2척에 대한 창정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2011년 12월에는 3척의 잠수함(11억달러 규모)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해군은 2020년대 사거리 1500㎞의 함대지 순항미사일 ‘해성-3’을 장착한 ‘장보고-Ⅲ’로 기존의 장보고급을 대체할 예정이다.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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