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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커진 '뇌구멍'…"저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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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9 16:13:05 수정 : 2015-05-19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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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사는 콜 코헨(26·여)은 어려서부터 수학이 매우 어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코헨에게는 길을 건너는 것도 힘들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가 자기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를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쇼핑하러 가서도 길 잃는 게 다반사였다. 그는 사기로 했던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시계를 보고도 정확한 시각을 말할 수 없었고, 건널목을 홀로 건너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코헨이 모든 걸 할 수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수학을 못했지만, 영어와 독서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어린 시절 코헨을 만났던 정신과 의사들은 그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딱히 ADHD로 볼 수는 없었지만, 코헨의 행동이 ADHD 환자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코헨은 늘 약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 과장하자면 그는 약으로 만든 칵테일을 먹는 셈이었다. 그만큼 코헨이 먹은 약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일상에 지쳤던 코헨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다.

지난 2007년 6월, 힘든 일상을 견딜 수 없었던 코헨은 병원으로 향했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료진의 조언을 들었다.

딱히 해결책이 있었던 것도 아닌 터라 코헨과 그의 부모는 MRI 촬영에 동의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촬영 결과 코헨의 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문양이 발견됐다. 놀랍게도 정체불명의 문양은 코헨의 뇌에 뚫린 ‘구멍’으로 밝혀졌다. 이 구멍은 공간지각능력과 계산 등에 관여하는 우측 두정엽(頭頂葉) 근처에 위치했다.


코헨은 뜻밖의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의료진이 예측한 구멍의 크기는 레몬 한 개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의료진은 10살 아이의 주먹과도 크기가 비슷하다고 코헨에게 설명했다.

코헨의 뇌 구멍에는 뇌척수액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날, 그가 수학을 어려워하고 달리는 자동차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몰랐던 점 그리고 원하는 상품을 매장에서 찾지 못했던 건 모두 뇌에 뚫린 구멍 때문이었다.

코헨의 엄마는 혹시 유전적인 병이 아닐까 우려했다. 과거 동생이 뇌동맥 이상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코헨의 뇌 구멍은 가족병력과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또 코헨의 뇌 구멍이 더 커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단, 어째서 그의 뇌에 그런 구멍이 생겼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코헨은 “솔직히 다른 사람과 피부를 맞댄다는 게 어렵다”며 “누군가를 안으면 얼마나 안고 있었는지 시간을 재기 어려워 금세 몸을 뗀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버스나 지하철 타는 연습을 한다”며 “누군가 목적지 근처의 주요 건물을 알려줘야 제대로 타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코헨은 생각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병원에서 관련 훈련을 받는 중이다. 그의 가족들도 언젠가 코헨이 이상증세를 떨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코헨 페이스북·뉴욕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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