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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잠수함에서 낮밤을 구별하는 특별한 방법

입력 : 2015-05-31 09:17:04 수정 : 2015-05-31 16: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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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압을 견뎌야 하는 잠수함은 선체 전반에 걸쳐 일정한 압력을 받을 수 있도록 같은 재질로 구성된 원형으로 건조된다. 선체 일부에 유리를 설치하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다.

설령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유리창이 설치된다 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수심 10m만 잠수해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항을 출발한 잠수함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잠수함에 탄 승조원들은 낮밤을 어떻게 구별할까.

해군의 209급 잠수함(자료사진)
◆ “전등이 켜지면 낮, 꺼지면 밤”

잠수함에서 낮밤을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함내 전등이 켜지면 낮, 꺼지면 밤이다. 전등 사용 여부는 당직자가 시계를 보고 판단한다.

전등이 켜져 있는 시간은 주로 오전 6시~오후 10시 사이이다.

오전 6시면 잠수함 승조원들의 일과가 시작된다. 잠수함은 인원수에 비해 화장실과 세면장이 부족하다. 따라서 아침에는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승조원들은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화장실과 세면장을 쓰고자 생활리듬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승조원 개개인의 기상시간과 화장실, 세면장 이용 시간은 오전 6~7시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

오전 7시에는 새벽 당직근무자를 제외한 전원이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잠수함은 별도의 식당이 없어 거주구역에 있는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다.

오전 8시부터 잠수함의 일과가 시작된다. 다만 새벽 당직자가 쉴 수 있도록 최대한 조용히 업무를 본다.

오전 10시, 새벽 당직자들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에는 사관회의, 훈련, 정비 등이 주로 이루어지며 오후에는 간부교육, 총원교육, 학습 및 연구활동 등이 진행된다.


모니터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는 미 해군 잠수함 요원들(자료사진)

일과 중에서 청소는 매우 중시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지내는 승조원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청소가 이루어진다. 청소는 환기가 가능하고 발전기 사용 등으로 소음이 많은 스노클 시간에 주로 진행된다. 걸레로 구조물과 바닥의 먼지를 닦고 잠망경 같이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장비는 알코올로 소독한다.

일과가 끝나면 저녁 식사, 여가 활동, 운동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오후 8시 이후에는 새벽 당직자들의 휴식을 위해 소리를 최대한 낮추면서 개인활동을 한다.

오후 10시에는 잠수함 내에서 전등이 꺼지며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6시에 당직자가 전등을 켜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 승조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DVD

밀폐되고 좁은 잠수함에서 승조원들이 일과 시간 이후에 즐길 여가는 많지 않다.

승조원들은 개인 활동 시간에 주로 공부, 체력단련, 영화감상, 게임 등을 즐긴다. 하지만 여가를 즐길 시간이 짧고 당직근무의 피로가 겹쳐 왠만한 의지가 아니면 개인 취미활동을 하기 어렵다.

여기서 잠깐. 전파가 닿지 않는 잠수함에서 승조원들은 어떻게 영화를 볼까?

옛날에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VTR로 영화를 봤다. 현재는 DVD 플레이어를 사용해 양질의 영화를 시청한다. 스마트폰은 부대에서 출항 전 모두 수거해 보관하고, 노트북 등은 보안 문제로 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DVD가 유일한 영화감상 수단이다.

209급 잠수함은 개인별 모니터가 없어 거주공간에서 하나의 모니터로 여러명이 영화를 본다. 214급 잠수함은 개인 침대마다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중앙 서버에 저장된 영화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214급 잠수함(자료사진)


독서도 승조원들의 중요한 여가 수단이다. TV를 볼 수 없는 잠수함에서의 생활에서 책은 승조원들이 출항 전 꼭 챙기는 아이템이다.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잠수함 승조원이 되면 임무 수행 기간 동안 독서에 몰입한다.

반면 운동은 좁고 밀폐된 잠수함의 내부 특성상 인기가 없다. 건강 관리에 필수적인 스트레칭,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정도만이 가능하다. 대신 장기나 바둑, 음악감상을 한다.

한편 잠수함에서는 휴일에 종교활동을 철저히 보장한다. 믿음을 통해 정신력을 강화하고 물속에서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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