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당이 예산안과 법률안의 새누리당 연계전술에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무겁게 본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며 “민생예산 확보에 대한 목표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앞줄 오른쪽 두번째)와 당 소속 의원들이 3일 ‘전국농어민위원회 창립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진 뒤 “개인적으로 원내대표부 합의 내용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
실제 ‘징벌적 삭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전액 삭감하겠다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고 대구·경북(TK)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그대로 처리됐다. 게다가 쟁점 법안 가운데 “법안 3, 4개만큼 중요하다”(당 원내 관계자)던 관광활성화법도 가결돼 야당이 참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향후 이어질 법안처리 과정에선 강공을 펼칠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1교시를 치른 수험생과 같은 심정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문제가 난해했다”며 “2, 3, 4교시가 남아 있다. 향후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장실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위한 여야 대표 회동을 연 가운데 이병석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과거 버티기 작전을 통해 야당의 요구를 관철해 왔던 게 사실상 봉쇄되면서 예산안 정국에서 완패가 예견됐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표도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대로 통과되게 한 것은 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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