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여자핸드볼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덴마크 콜링의 시드뱅크 아레나. 러시아와의 16강전을 이틀 앞둔 12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휴식 없이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냈다. 임영철 감독의 휘슬 소리에 맞춰 선수들은 일제히 골대를 향해 뛰어 들어가며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숙지했다. 이를 지켜보는 임 감독은 호통도 불사하며 선수들의 동선을 일일이 지적하고 몸소 시범을 보이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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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구슬땀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이 12일 덴마크 콜딩 핸드볼 경기장에서 러시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맹훈련을 하고 있다. 남정훈 기자 |
그러나 공은 둥글고,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게 스포츠다. ‘승부사’라 불리는 임 감독은 러시아를 잡을 비책을 고심하며 훈련 과정에 녹이고 있다. 임 감독은 “상대가 접해보지 않은 수비로 혼란을 줘야 한다. 그간 많이 써온 전진수비는 많이 알려졌다. 전진수비와 1-5, 6-0 수비 포메이션을 변칙적으로 구사하며 상대를 흔들어놓을 계획이다. 이를 소화하낼 체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가 공수교대 때 선수 2명씩 교체하기도 하더라. 선수들이 교체돼 공백이 생기는 그 찰나의 순간을 파고들 미들 속공이 핵심이다. 훈련에서도 미들 속공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공격 비책도 살짝 공개했다.
러시아가 베스트 멤버로 맞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대인데 한국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과 부상으로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술 및 재활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않은 국가대표 에이스인 센터백 김온아의 공백이 크다. 임 감독은 “김온아가 있으면 좋겠지만, 에이스 없이도 이번 대회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면 나머지 선수들의 자신감이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권한나와 정지해가 공격 조율을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수비의 핵심인 라이트백 류은희와 레프트백 심해인의 부상도 큰 악재다. 류은희는 8일 콩고전서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이후 두 경기를 소화하긴 했지만, 컨디션이 많이 저하된 상태다. 10일 독일전서 무릎 부상을 당한 심해인은 16강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16강전을 대하는 동기 부여 면에서도 러시아가 앞선다. 한국은 지난 10월 일본서 열린 리우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우승하며 리우행 티켓을 따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대회서 7위 안에 들어야 내년 3월 열리는 올림픽 예선전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미 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한국이나 브라질(개최국), 노르웨이(유럽선수권 우승팀) 등이 7위 이내 성적을 거둘 경우 8위, 9위 팀에게 진출권이 넘어간다.
콜딩(덴마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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