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 압박 수위 갈수록 거세 여권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올코트 프레싱(전면 강압수비)’식 압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친정’ 새누리당을 향한 불쾌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며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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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5일 오전 선거구 획정 관련 협상을 하려고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의장 주재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정 의장은 15일 오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직전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의 방문을 받았다. 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관련 5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및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과 같은 경제활성화법안과 테러방지법 등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선거법이나 쟁점법안 모두 직권상정을 하기에는 똑같이 요건이 미비한데, 선거법만 직권상정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오전 브리핑에서 “국회가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내부 문제에 매몰돼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시급한 법안들을 미룬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정 의장은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내가 갖고 있는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 그걸로 국민들이 오도할까봐 걱정”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 시사나 직무유기 발언 등이 나오는 새누리당을 향한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말을 배설하듯이 하면 안 된다. 참기 어려운 불쾌감을 갖고 있다”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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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방송인 송해씨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어르신들과의 오찬' 행사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도 정 의장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 의장의 입장이 그대로라고 전했다. 정 의장 측 한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어떻게 의장의 뜻이 바뀌겠는가”라고 말했다. 16일 열기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의장은 선거구 협상과 관련해 이야기했던 ‘특단의 조치’를 언급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야 지도부 회동이 결렬로 끝났지만 양측 간 이해의 폭이 넓혀지면서 협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쟁점법안들이 계류 중인 기획재정·산업통상자원·외교통일·환경노동·정보위 등을 개의하기로 전날 합의했으나 정작 노동개혁 5법을 다루는 환노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임위가 파행 운영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인해 혼돈에 빠져 있어 국회 운영이 더 어려워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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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의장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간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 협상을 중재하기에 앞서 여야 대표단을 향해 "가까이 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기재위는 안건도 정하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했고 ‘원샷법’ 상정 여부가 쟁점인 산자위는 위원장 직무대행인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개의 10여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외통위와 정보위는 여당만의 ‘반쪽회의’로 열렸다. 여야 동수인 정보위에선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이 17일 탈당을 예고한 문병호 의원을 박범계 의원으로 바꾸려고 하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만, 이날 여야지도부 회동에서는 쟁점법안에 대한 양측 간 접점찾기가 모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승·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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