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내년 4·13 총선은 기존의 양강구도가 아닌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안 의원은 신당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안 의원보다 먼저 새정치연합을 뛰쳐나온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각각 독자세력화를 위한 수순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야권 난립 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불가피해 20대 총선은 18, 19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자리를 옮기고 있다. 연합 |
야권 신당 흐름은 안 의원 탈당 이전과 이후로 대별된다. ‘안철수 신당’이라는 변수가 생긴 때문이다.
지난 4·29 재보선 당선 직후 일찌감치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간 천 의원은 ‘국민회의’라는 간판을, 박 전 지사는 ‘신민당’이라는 당명을 걸고 세력을 규합중이다. 지난 9월 탈당한 박 의원도 ‘통합신당’ 창당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들 3명의 신당에는 구심력이 될 잠룡이 없고 지지기반이 호남에 국한돼 있다. 반면 안 의원은 중도층 기대를 받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다. 그런 만큼 손님이 몰릴 수 있는 ‘안철수 신당’은 기존 야권 신당 지형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복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고문이 16일 칩거 중인 전남 강진군 백련사에서 점심공양을 마친 뒤 길을 나서고 있다. 강진=연합뉴스 |
새정치연합 탈당파, 천정배 신당 등과 먼저 힘을 합쳐 원내교섭단체 구성, 제3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위해선 가장 효율적이다. 박 의원이 지난 14일 “신당 성공을 위해서는 신당 추진세력이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며 “신당창당 공동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자”고 제안한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분 사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뒤 입을 꾹 다문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야권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야권 후보 난립은 여당에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어서다. 또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신당의 고민은 클 법하다.
안 의원이 그리는 ‘새 정치세력’의 집합체는 중도 노선을 지향하는 제3지대 신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전날 부산을 방문해 “정권교체를 위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와 손잡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인 보수 편에 서신 분들이면 곤란하다. 수구 보수적인 편에 서지 않는 분이면 어떤 분과도 함께 손잡고 나갈 생각”이라고 인재 영입 3대 원칙을 밝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거대 양당 체제를 보완하는 중도 성향 제3지대 신당의 필요성은 이미 정치권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안 의원이 중도 성향 인사를 규합해 중도 실용을 표방하는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무당파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공천 결과와 신당 성격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신당에 합류할 인사들이 잇따를 가능성도 열려있다. 안 의원이 중도 신당 틀을 다져놓는다면 예상 밖의 선전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 본부장은 “새로운 정당은 탈이념적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차별화가 안 된다”며 “내년 총선도 탈이념 성격을 띠며 중도 실용을 내세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수도권 개별지역으로 보면 야권표 분산으로 총선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무당층이 줄며 야권 전체 지지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신당이 여야의 중간 지대를 차지하는데 성공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야권의 틀을 넘어 원내 상황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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