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위기경고음 응답해야” 정치권이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국이 경색되고 있다. 청와대·여당, 정의화 국회의장, 야당은 17일 쟁점법안 처리 방식을 놓고 3각 구도로 얽히면서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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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 들어서며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정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법안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며 “내가 성을 (정씨가 아닌)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고 청와대·여당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그는 국회 정상화의 책임론을 거론한 청와대에 대해 “그런 정도는 국회의장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구태여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삼권이 분립돼 있는 대한민국 민주체계에 뭔가 의심할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는 말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해임건의안을 낼 수 있다”는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 발언에 대해 “그럼 해임안을 내고 통과되면 내가 (의장직을) 안 하면 되죠”라고 불쾌한 듯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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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새누리당은 경제 위기상황과 야권의 분열에 따른 국회의 입법 기능 마비를 이유로 직권상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우리 경제에 울리는 위기경고음에 응답하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서부터 국내 취업자 수 감소, 최근 기업들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나열한 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뛰고 있는데 이를 적극 도와줘야 할 우리 국회는 야당의 불참과 비협조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메가톤급 대외 악재들이 태풍처럼 밀려들고 있다”며 “그야말로 대외악재 비상사태”라고 경제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직권상정을 거부한 정 의장에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어제 정 의장의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런 위기의 상황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비상한 전환점을 갖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청와대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에 대한 불만도 엿보인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여야 지도부를 먼저 찾아가 쟁점법안 처리 협조를 구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정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라고 하니 스텝이 꼬일 대로 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설픈 긴급명령 발언도 전략적인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긴급명령을 발동해도 (쟁점법안은) 결국 다시 국회로 돌아와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결국 정치권을 파국으로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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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당은 앞으로 선(先) 상임위 타결 원칙을 내면서 임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원내지도부의 방침은 “반대만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16일 문재인 대표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발언과 괴리가 있어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당내 투톱 간 균열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반이 팽팽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직권상정 반대가 46.0%로 찬성 41.9%를 오차범위(±4.4%) 내에서 앞섰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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