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통풍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남성 환자는 여성의 10배가 넘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통풍 진료인원은 2010년 22만2864명에서 지난해 30만9356명으로 연평균 8.5%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는 395억원에서 594억원으로 해마다 10.8%씩 늘었다.
통풍은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취약했다. 지난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는 28만2998명으로 여성(2만6358명)보다 10.7배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 진료인원이 인구 10만명당 1349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1318명) ▲50대(1030명) ▲40대(786명) 등이 뒤를 이었다.
◆통풍 환자, 성별 따라 최대 22.2배 '差'
통풍 환자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환자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지만, 30대의 경우 남성이 여성의 22.2배에 달하는 등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폐경 전 통풍이 진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게 통풍은 몸안에 요산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요산이 함유된 음식을 많이 먹거나 몸안에서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고 신장으로 제대로 배설되지 않으면 혈중 요산 수치가 올라간다.
특히 술은 몸안에서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게 하고 배설을 방해, 통풍 발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만·고혈압·고지혈증 등도 요산 수치를 올린다.
류마티스내과 한 전문의는 "40~60세 남성이 술 마신 다음날 엄지발가락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전형적인 급성 통풍성 관절염의 증상"이라고 밝혔다.
◆통풍 관련 합병증도 무섭다
이어 "통풍 치료는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고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성인병을 일으키는 음식을 조절하고 기름진 음식과 술·탄산음료 섭취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내장비만이 있는 남성은 건강한 남성보다 2배 이상 통풍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이주하 교수팀은 2009∼2013년에 이 병원을 찾은 남성 통풍 환자 103명(평균 연령 51세)을 분석한 결과, 내장비만자가 통풍에 걸릴 위험은 건강한 사람의 2.14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내장비만은 우리 몸의 장기 내부나 장기 사이사이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연구팀은 내장 지방 면적이 100㎠ 이상일 때를 내장비만으로 정의했다.
◆정상체중, 내장지방 많으면 통풍 위험 '高高'
분석 결과 통풍 환자의 내장지방 면적은 평균 115.6㎠로, 통풍 환자의 4분의 3에 가까운 71.8%가 내장비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사람의 내장지방 평균은 97.7㎠, 내장비만 비율은 41.2%에 그쳤다.
정상 체중인 경우에도 내장지방이 많으면 통풍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상 체중인 통풍 환자 38명과 건강한 150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통풍환자의 내장지방 면적은 평균 98.7㎠로 정상군(91㎠)보다 넓었다.
정상 체중 통풍 환자 가운데 내장비만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47.4%로 높았지만, 통풍이 없는 건강한 사람 가운데 내장비만 비율은 27.3%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산소 운동으로 내장지방 연소시켜야
이주하 교수는 "내장비만이 생기면 지방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들고, 이런 염증 물질이 통풍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염증 효과를 위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내장 지방량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박성환 교수는 "한국인 통풍 환자 상당수가 체질량지수 25㎏/㎡ 미만인 정상 체중 환자들로, 팔다리는 가늘지만 배만 나온 내장지방형 비만"이라며 "등에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는 유산소 운동 등으로 내장지방을 연소시켜야 통풍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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