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단독주택을 꿈꾼다. 마당 있는 집은 한국 정서에도 맞고 친환경적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더 이상 해법이 아니다. 아파트단지는 도시를 단절시킨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전국 어디를 가나 아파트만 보인다.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아파트는 꼴불견이다.
황두진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
서울은 일반인이 아는 것과 달리 아직 건물 밀도가 낮다. 서울 건물의 평균 층수는 2.5층에 불과하다. 저자가 제안하는 건축은 5층 높이다. 층층이 기능이 달라서 무지개떡이라고 이름지었다. 1층에 상가, 그 위에는 주거공간이나 사무실, 옥상에 마당을 얹은 양식이다. 지하실이 들어서면 공간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이런 건축이 많아지면 도심 거주자가 늘어 동네가 살아난다. 건축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공공성을 품은 건축은 도시를 살린다. 유럽 도시들은 죄다 이런 무지개떡 건물들이다. 흥미로운 도시 설계 발상이다.
2012년과 2015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저자는 인문적 지식과 건축공학, 개인 체험을 토대로 도시재생법을 내놓았다. 저자는 한옥도 ‘다공성 기하학’ 개념으로 풀이한다. 노둣돌 위에 비정형의 거친 돌, 그 위에 가지런한 목재 기둥, 지붕을 연결하는 공포와 처마는 일품이다.
저자는 “한옥은 서로 다른 기하학이 어우러져 있다. 한옥은 문과 창의 개폐방식이 유난히 다양하다. 대청마루의 들어열개문은 기하학의 절정”이라며 ‘다공성 밸브’라고 이름 붙였다. 다공성은 외부와 내부가 만나는 양태다. 이를 잘 활용하면 난방비도 줄일 수 있다. 한옥은 현대 도시에서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주거 형태다. 건축적 경험이 담뿍 들어 있는 한옥은 우리 삶을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주거 형태다.
저자는 “한옥을 개발한 한반도 사람들이 현대에 들어 세계적으로도 가장 답답한, 다공성이 현저히 낮은 건물을 짓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지적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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